<사설>대검 中搜部 해체가 잘못임을 말해주는 檢警 난맥

검·경(檢警)의 유병언 수사는 두고두고 회자될 ‘희대의 졸작’이다. 지난달 12일 신고된 변사체 신원이 유 씨로 확인되기까지 검·경이 6주 가까이 헛다리를 짚어온 데 이어 검찰은 5월 25일 벽 너머 그를 잡지도 못했다. 인천지검은 그날 전남 송치재휴게소 부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 유 씨와 함께 은신해 있다가 검거된 신 모 여비서가 지난달 26일 “(유 씨를) 비밀공간에 피신시켰다”고 진술을 바꿔, 그 이튿날 유 씨가 거기 머물렀던 흔적과 현금 8억3000만 원 및 미화 16만 달러를 찾아냈다고 23일 밝혔다. 60일 전 그날 새벽의 송치재휴게소 식당 급습에 이어 낮과 밤에 걸친 별장 수색의 연속 실패는 무능 검찰의 민낯이다. 어이없는 그 실패를 이후 한 달 가까이 또 쉬쉬해온 것, 그게 곧 무책임이다.

복색과 유류품으로 신원을 알리다시피 한 유 씨 시신을 대수롭잖게 봐넘긴 경찰, 수사 실기와 실패를 교배시켜온 검찰의 난맥상에 대해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이다. 최재경 인천지검장이 24일 사표냈고, 우형호 전남 순천경찰서장 경질에 이어 정순도 전남경찰청장이 직위해제됐지만 그 윗선인, 황교안 법무장관·김진태 검찰총장·이성한 경찰청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대검 중앙수사부(中央搜査部)가 건재해 거악(巨惡)에 맞선 특수수사 역량·기예를 유지했더라면 유 씨와 그 일가를 앞두고 ‘그 검찰에 그 경찰’로 저리 지리멸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검찰 개혁 허울을 빌려 지난해 4월의 해체를 사실상 주도했고, 후속 대책으로 입법한 특별감찰관 제도 역시 그 대상에서 국회의원을 제외시켜 ‘없느니만 못한 특감’일 뿐이다. 검·경의 ‘유병언 실패’는 지휘 책임의 범위 및 수위와는 별도로 특별수사의 실효적인 컨트롤타워로서 ‘대안(代案) 중수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