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캠코 상담창구에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재조정을 받으려는 신청자들이 채무조정 상담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우리 주변에는 시중은행 등을 이용할 수 없어 빌린 돈보다 이자가 더 많이 붙는 사금융 등을 이용해야 하는 시민이 상당수에 이른다. 사금융 시장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부시장 규모는 2006년 말 3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8조70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들을 위한 서민금융상품이 시중에 적잖게 있는데도 이를 몰라 결국 불법 사금융의 늪에 빠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금융당국은 서민금융과 관련된 각종 상품과 채무조정, 상담, 복지 등의 서비스를 한데 모아서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총괄 기구인 ‘서민금융진흥원’(가칭)을 만들고 관련 서비스 체계를 재편할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앞으로 달라질 서민금융 지원체계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본다.
1. 지원 대상 ‘서민’ 이란
앞으로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이 지원 대상으로 하는 ‘서민’은 금융 측면에서 정상적인 조건으론 은행 등 제도권의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없는 국민을 뜻한다. 저소득·저신용자는 특히 은행 등의 문턱이 워낙 높아 돈을 융통하기 위해 살인적인 고금리를 요구하는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빠지기가 쉽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채의 늪에 빠져 고금리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와 빚을 갚지 못해 살해 위협에 시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지원 대상으로 삼는 서민은 이처럼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노출된 저소득·저신용자 등을 뜻한다.
2. 왜,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사한 내용의 서민금융상품의 난립으로 정작 실수요자인 서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상품을 이용해야 할지 혼란을 느끼기가 십상이다.
이런 시장 혼란 속에 일부 상품의 경우에는 실적 채우기식 대출도 만연해 대위변제율(보증을 서준 금융회사가 빚을 대신 갚는 빈도 수)이 높아지면서 해당 금융상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일례로 국민행복기금이 100% 지급보증을 서는 ‘바꿔드림론’의 대위변제율은 2012년 말 9.1%에서 지난 4월 말 19.3%로 급증했다.
이에 각각의 서민금융상품이나 채무조정 등을 해온 관련 재단, 기구 등을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전담 기구의 필요성이 줄곧 제기돼왔다. 내년에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은 기존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거나 채무조정 역할을 해온 휴면예금관리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출범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국민행복기금 사무국 역할과 서민금융 기능(취업·창업 알선, 소액대출 등) 등은 바로 서민금융진흥원으로 이관하고,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 관련 업무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될 예정이다.
3. 조직 구성과 자본금
휴면예금관리재단(휴면예금 원권리자의 지급청구권 보호)과 신용회복위원회(공정하고 중립적인 채무조정)의 경우 속성상 별도의 의사결정기구로 남겨 두되, 기관장과 업무조직은 서민금융진흥원(기관장은 진흥원장이 겸직)으로 통합해 ‘원스톱 종합지원’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휴면예금관리재단 이사장과 신용회복위원장 직은 유기적 업무 수행 등을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장이 겸직하게 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원장과 부원장을 포함한 6명 이내의 이사와 감사 1명을 두고, 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자본금은 서민금융 유관기관인 휴면예금관리재단·자산관리공사 등과 시중은행 등이 모두 5000억∼1조 원가량을 출자해 조성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까지 입법예고와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등을 마치고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서민금융진흥원은 내년 상반기에 출범하게 된다.
4. 서민금융통합거점센터란
금융당국은 오는 4분기부터 우선 서민금융 유관기관별 지역조직을 통합해 단계별로 통합 거점센터를 열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요자가 거점센터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에 산재된 지역조직을 통합 및 이관해 25∼30개의 지역거점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산시스템을 통합해 종합상담과 현장지원, 사후관리까지 가능토록 개편할 방침이다. 서민금융을 이용할 경우 여러 곳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통합 거점센터만 방문하면 서민금융상품뿐만 아니라 자활지원, 미래대비 상담 등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입주한 서민금융종합센터는 18개이며, 연내 9개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어서 통합거점센터의 면모가 앞으로 갖춰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복지·주거 지원 등과의 연계 작업도 강화될 예정이다.
5. 그동안의 서민금융 성과
서민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8년 이후 휴면예금 등을 활용하여 개인사업자 창업·운영자금 등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상품이 있었다. 미소금융대출 1조1000억 원, 복지사업자 지원 1280억 원 등 총 1조2000여 억원(13만1000건)의 지원 성과를 달성했다.
제도금융권 이용이 어려운 서민을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은 2010년 출시돼 약 5조 원(56만1000건)이 지원됐다. 은행권에서도 2010년에 서민경제 회복지원 및 사회공헌 확대 차원에서 새희망홀씨를 추가 출시해 약 6조1000억 원(65만2000건)을 지원했다.
2008년 9월에 설립한 신용회복기금(국민행복기금으로 명칭 변경) 재원을 바탕으로 한 고금리 전환대출 지원 상품인 바꿔드림론은 약 2조2000억 원(20만5000건)이 지원됐다. 채무조정과 관련해서는 국민행복기금이 26만 명의 장기 연체자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또한 금융기관 간 협약 방식에 따른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통해서 약 119만 명에 대해 채무조정이 이뤄졌다.
6. 서민금융상품 어떻게 바뀌나
서민금융 지원상품(개인 대상) 브랜드를 ‘햇살론’으로 일원화한 것은 서민금융 공급 축소가 아니라, 유사상품의 분절적 공급에 따른 수요자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간 서민금융 지원은 다양한 상품명으로 복잡하게 지원되어 소비자뿐만 아니라 현장의 서민금융 지원 근무자들에게조차 혼란을 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미소금융의 경우 개인사업자 창업자금 등 마이크로 크레딧에 중점을 둔 상품이고, 바꿔드림론은 고금리 전환대출 보증에 한정되어 있고, 새희망홀씨는 은행권의 자체적인 상품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인 대상 서민금융 지원 상품명을 햇살론으로 통일하고, 햇살론 상품을 맞춤형으로 다양화하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서민금융이 필요한 개인은 개별 상품별 지원 요건 등을 파악해서 스스로 찾아다닐 필요 없이 상담센터에 오면 수요자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맞춤형으로 상담·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지원 대상자별로 서민자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햇살론 상품을 맞춤형으로 다양화해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집중 지원될 방침이다.
7. 채무조정제도 변화는
획일적인 채무조정 대신 채무자의 상환 능력에 맞는 맞춤형(pin-point) 채무조정제도로 개편된다. 먼저 일정 수준의 상환 능력이 있고, 금융채무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채무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일반 채무자에 대해서는 현행 자율협약 방식의 채무조정이 지원된다.
자율협약 방식으로 채무조정이 어려운 채무자에 대해서는 소규모 채권 매입을 상시화하여 맞춤형 채무조정을 시행한다.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채권자로부터 대출받은 사람, 기초수급자 및 고령자 등의 사회적 취약 계층, 상환능력이 없어 파산 신청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채무자 등이 해당된다.
이 두 가지 채무조정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갖춘 채무자의 경우에는 법원 등과의 연계를 통해 공적 채무조정으로 지원을 한다. 이 경우 파산신청 비용(150만∼200만 원) 및 시간 등이 대폭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8. 금융권과의 연계
서민들이 서민금융 정책 지원제도를 이용한 후 궁극적으로 제도 금융권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이 도입된다. 먼저 은행이 취급중인 새희망홀씨를 서민금융상품 성실 상환자가 제도금융권 안착 전에 이용하는 징검다리 제도로 활용하는 방안이 도입된다. 앞으로 은행은 자사 징검다리 상품을 성실히 상환한 개인에 대해서는 추가 대출을 희망할 때 가급적 자사 신용대출상품을 제공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은행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기준도 ‘서민 대상 자금 공급 비중(상품구성 다양화)’, ‘서민금융상품 성실 상환에 대한 자사 대출상품 제공 비중’, ‘서민금융총괄기구의 알선 연계비중’ 등으로 다변화된다. 또 한국이지론 기능 강화를 통해 서민에 대한 온라인·오프라인 민간 금융상품 알선 기능을 강화한다. 한국이지론은 상품 알선뿐만 아니라 서민 재산 형성, 미래 대비 등 적극적 상담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9. 서민금융 축소는 아닌가
기존의 서민금융상품 공급 재원은 총괄기구가 통합관리하여 지속적으로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에 규모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향후 조성될 자본금(5000억∼1조 원)은 운영경비 및 신규사업비로 활용된다. 현재 서민금융 지원 재원인 휴면예금, 지정기부금, 햇살론 관련 출연금, 국민행복기금 등은 향후에도 총괄기구를 통해 계속 공급될 예정이다.
되레 다양한 서민금융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터넷포털, 콜센터 등 온라인·오프라인으로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 인프라도 확대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서민금융나들목(서민금융 종합포털), 1397다모아 콜센터(서민금융 종합상담), 한국이지론(온라인 대출중개), 서민금융 1332(불법사금융 피해신고 접수) 등을 이용해 쉽게 서민금융상품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성실상환자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구축함으로써 기존에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도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10.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
지금까지는 서민금융을 이용하려면 본인이 직접 여러 기관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상품을 알아봐야 했지만 관련 조직과 서비스가 통합되면 앞으로는 한자리에서 모든 상담뿐만 아니라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
특히 제도금융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요에 맞는 자금을 탄력적으로 지원받고, 과도한 채무로 고생하는 경우에는 맞춤형 채무조정을 지원받을 수 있다. 수요자별로 처한 상황과 자금 수요 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해진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이 무엇이고, 어떻게 재산을 모아야 하는지 최적의 금융상품 투자 방법 등도 소개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고용과 복지, 주거 지원 등과 연계하거나 100세 시대에 대비한 미래설계 등 보다 다양한 영역의 금융상담까지 받을 수 있다.
이관범·박정경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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