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yle 4060 >사나운 앵그리버드서 ‘숯검뎅이 김수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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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6일 서울 중구 명동2가 에스쁘아 명동중앙점 눈썹왁싱숍(eyebrow bar)에서 한 남성이 눈썹왁싱 후 빈공간을 채우는 마무리 시술을 받고 있다. 에스쁘아 명동중앙점 제공

뜨거운 느낌의 젤이 눈썹 주변을 덮는다. 묘한 느낌을 음미할 찰나, 말랑말랑한 상태로 굳은 젤이 사정없이 떼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족집게의 공격. 털이 뽑히는 아픔과 함께 알 수 없는 쾌감이 몰아친다. 과정을 반복한 후 이윽고 눈을 떠보니 거울 속 남성이 조금 전보다 조금 잘 생겨진 듯한 도취감이 밀려온다. ‘아, 그래서 여성들은 그렇게 부단히도 털을 뽑아댔던가.’

16일 서울 중구 명동의 눈썹왁싱숍(eyebrow bar). 많은 여성들 사이로 한 남성이 외딴 섬처럼 앉아 있었다. 이곳에 처음 왔다는 김모(29) 씨는 강한 인상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 숍을 찾았다고 했다. 거울과 의자로 구성된 세 개의 자리는 마치 미용실을 연상시켰지만, 오직 손질은 눈썹에 집중됐다. 30분 정도 흐른 뒤 강해 보였던 김 씨의 인상이 한결 수그러들었다. 얼굴도 더 어려 보였다. 오직 눈썹만 손을 댔을 뿐이다. 김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끝부분이 치켜 올려진 눈썹을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생각했던 대로 효과가 나타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눈썹왁싱숍에 남성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이날 찾은 매장에서 받는 손님은 하루 평균 30명, 이 중 남성은 8∼9명 수준으로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3년 전에 매장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남성 고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년가량 지났을 때 쭈뼛거리며 남성 손님들이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눈썹 끝이 회오리치거나 이른바 ‘갈매기 눈썹’ 등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유형들이었다.

지만 최근 1년 사이 면접, 상견례, 심지어는 소개팅을 위해 매장을 찾는 남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연령층도 초기에는 20대가 전부였지만 현재는 20대 후반∼40대 초반까지 다양해졌다는 게 매장 측의 설명이다. 박시원 에스쁘아 아이브로우바 명동중앙점 실장은 “눈썹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도 자신이 원하는 인상을 만드는 등 오직 미용 목적으로 방문하는 남성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남성들은 여성보다 재방문율이 높고 방문날짜도 잘 지킨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눈썹왁싱숍의 대상 또한 단순히 눈썹에 한정되지 않는다. 뽑아서 예쁘면 그게 어디라도 좋다. 뒷목과 이마, 코, 볼, 헤어라인까지 손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이마, 눈썹, 입 주위를 많이 왁싱하는 반면, 남성들은 80% 정도가 눈썹에 집중한다. 남성들은 과거 일자눈썹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배우 김수현과 김우빈 같은 눈썹을 만들어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들이 많아졌단다. 때때로는 턱수염 전체를 왁싱하는 경우도 있다. 잔털이 없고 여성적 느낌이 풍기는 ‘꽃남’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썹 왁싱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소요된다. 제모 부위에 유분과 먼지 등을 없앨 목적으로 클렌징을 한 후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오일을 바른다. 이후 스파출라(Spatulas)를 이용해 30∼35도 온도로 달궈진 왁스를 원하는 부위에 발라 10초 정도 지난 후 떼어내면 끝이다. 1㎜이하의 짧은 털들은 왁스로 잘 뽑히지 않기 때문에 족집게를 쓴다. 가위로 모양을 다듬고 차가운 피부 진정제를 발라주는 것이 마무리다. 초반에는 한 달에 한 번 재방문해 제모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속하면 털이 얇아지고 결이 바뀌기 때문에 모양이 잡혀 방문하는 기간을 점차 늘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뽑힌 털은 다시 붙일 수 없고, 더욱이 눈썹은 외부에 계속 드러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신체 제모보다 더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통 예쁜 눈썹이라고 하면 일자 눈썹을 떠올리지만, 모두에게 통용되는 것이 아니다.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이 다르듯, 눈썹 또한 얼굴형, 눈 크기 등의 영향을 받는다. 무작정 일자 눈썹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얼굴이 둥글고 쌍꺼풀이 얇은 사람은 일자눈썹이 잘 어울린다. 순한 인상과 동안 얼굴을 만들기 좋은 형이다. 얼굴이 V형에 가깝고 쌍꺼풀이 진하면 일자보다 살짝 아치형이 알맞다. 사각턱 등 얼굴에 각이 진 사람이라면 본래 자신의 눈썹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박 실장은 “각이 진 경우에는 눈썹 모양을 마음대로 바꾸면 얼굴이 틀어져 보이는 느낌이 난다”며 “제모를 하기 전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