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골프는 ‘한방 게임’?

스포츠 세계에선 늘 1등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1등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2등에게는 오히려 냉소가 보내지기도 하지요.

골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카메라 플래시는 챔피언에게만 터집니다. 프로골프대회의 경우는 더욱 심합니다. 1위를 차지한 챔피언에겐 찬사가 쏟아지지만 2위를 한 선수에겐 ‘새가슴’ ‘뒷심 부족’ 등으로 가뜩이나 속상한 마음을 더 쓰라리게 만듭니다.

챔피언에겐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이 주어집니다. 대개 총상금의 20% 전후를 가져갑니다. 골프대회의 경우 많게는 150여 명에서부터 적게는 100여 명까지 출전하고, 이틀 동안 예선(컷오프)을 거쳐 본선 진출자에게만 상금이 배분됩니다. 본선 진출자가 대개 70명선에서 정해집니다. 1위와 70위가 받는 상금은 말그대로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경우 우승상금 비율이 고정돼 있습니다. PGA투어는 18%, LPGA투어는 15%입니다. 유럽이나 아시안투어, 호주투어 등도 비슷합니다. 지난 4월 열렸던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70만 달러)에서 우승한 안나 노르드크비스크(스웨덴)가 가져간 우승상금은 25만5000달러였고, 2위 리체 살라스(미국)는 9.16%인 15만5874달러, 3위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은 6.5%인 11만3075달러를 가져갔습니다. 이 대회 컷 통과자 76명 중 꼴찌는 0.186%인 3163달러만 받았습니다. 총상금의 1%인 1만7000달러를 벌기 위해선 20위에 들어야 합니다. 상금 규모가 큰 PGA투어는 컷만 통과해도 2만 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그럭저럭 투어 경비는 뽑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골프대회는 상금도 적은 데다 상금 배분기준 역시 ‘고무줄’입니다. 대회 상금을 후원하는 스폰서 입김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상금 배분을 보면 대개 20%이지만 최고 30%나 되는 대회도 있습니다. 총상금 5억 원으로 치러진 해피니스 송학건설오픈의 경우 우승자는 2억 원, 2위 1억 원, 3위 3000만 원…, 이런 식으로 ‘톱6’가 받아간 상금이 전체의 절반이 넘고 꼴찌에겐 198만 원이 주어집니다. 이돈으로는 1주일 동안 먹고 자고, ‘캐디피’ 내고 나면 적자입니다. 총상금은 적지만 우승자에게 많은 상금을 몰아주는 데는 대회를 좀 더 부풀려 보이려는 게 스폰서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총상금의 30%를 차지했던 한국오픈의 우승상금(3억 원)은 그해 상금왕까지 좌지우지할 만큼 투어 자체를 왜곡시켰다는 비판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 한국오픈은 총상금을 12억 원으로 2억 원을 늘려 우승상금 비율을 점차 낮출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회수가 워낙 적다 보니 선수들은 오히려 이 같은 ‘한 방’ 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요즘 주말골퍼에게 유행한다는 마지막홀 승자가 판돈을 독식하는 ‘조폭 스킨스’의 유행이 이런 심리와 같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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