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政黨의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한 야권의 ‘꼼수 단일화’

현대 민주주의의 주축인 정당(政黨)은 선거에 후보를 내 국민 지지를 구하고, 한편으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7·30 재·보궐선거를 불과 6일 앞두고 24일 전격적으로 발표한 세 선거구의 후보단일화는 이런 기본과 너무 거리가 멀다. 선거구의 당원들은 물론 유권자들 의사도 안중에 없었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국민적 지지를 결집해 집권하겠다는 정당인지, 정의당은 진보적 이념정당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고 알리려는 전략이 있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두 정당 모두 스스로의 존재 기반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동작을의 기동민 새정치연합 후보는 24일 전격 사퇴하면서 노회찬 정의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원 병·정 선거구에 출마한 이정미·천호선 정의당 후보가 사퇴하며 새정치연합 후보를 지지했다. 개별 선거구 차원의 단일화로 비치지만 정당 차원의 ‘꼼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국민의 상식이다. 중도 하차는 없다고 국민 앞에 외치던 일부 후보들의 모습은 정치 불신과 혐오를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정당·정책·이념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화에 매달리는 것은 정당정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구태다. 그런 식이라면 당을 따로 꾸릴 필요도 없다.

당 지도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 당대 당 차원의 단일화는 없다고 거듭 못박았다. 그럼에도 후보들에게 단일화를 압박하고 물밑에서 당 차원의 협상도 벌였다고 한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속인 것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애초 광주 광산을에 출마를 준비중이던 기 후보를 동작을에 전략공천하고, 그 자리에는 권은희 후보를 내리꽂을 때부터 온갖 추측이 무성했었다. 새정치연합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새정치를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의 행태를 보면 그런 말을 꺼낼 자격도 없다. 오히려 청산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