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식·지병·外力 사망 가능성도 판명 안돼”… 결국 ‘미궁’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시신이 유 전 회장의 것이 맞다는 점만 재확인하고 감식이 마무리됐다.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외상의 흔적도 없었다. 적어도 자살, 타살, 자연사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독극물에 의한 사망이나 외력에 의한 사망 흔적이 없었다는 점은 확인됐다. 내인성 급사에 대해서도 장기가 부패돼 알 수 없다는 결론만 얻었다.

◆유병언 시신 재확인=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유 전 회장의 시신이 100% 확실하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시신의 왼손 두 번째 손가락 뼈마디가 없고 네 번째 손가락에 골절이 있었던 점, 치아 정보, 추정 신장 등이 유 전 회장 생전 신체 특징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또 “유 전 회장의 병원 치료 기록이 없었지만 지난 23일 시신을 확인하러 온 생전 주치의에게 유 전 회장의 치아 치료 자료를 입수했다”며 “시신 상태와 비교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6월 13일 진행된 1차 부검과 지난 7월 22일 진행된 2차 부검에서 시신이 뒤바뀐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치아와 두개골, 넙다리뼈 분석 결과 모두 1차와 2차 부검이 일치했다는 것이다.

◆“독극물 발견 안 됐고 외상 흔적도 없다”=국과수는 유 전 회장 시신에서 약독물검사 결과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국과수에 따르면 시신의 간, 폐, 근육에서 약이나 마약 성분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 알코올도 나타나지 않았다. 서 원장은 “시신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며 “사망 당시 음주를 했다는 증거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흉기로 상처를 입었다는 증거도 전혀 없었다. 시신의 목에 갑상연골, 설골이라는 부드러운 뼈가 있는데 유 전 회장에게는 이곳에 골절 흔적이 없어 목졸림이 없었다는 것이다. 질식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손상이 이뤄지지만, 손상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평소 지병으로 급사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장기가 많이 부패돼 추측할 수 없었고 저체온증에 대해서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서 원장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다만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명확히 말했다.

◆유류품에서도 특이사항 없어=국과수는 유 전 회장 시신 주변에서 발견된 스쿠알렌병과 소주병에서 유 전 회장의 유전자 정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현장 증거물에서 유전자가 나와 유 전 회장이 만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동물이나 곤충에 의해 유전자가 옮겨졌을 가능성도 추론할 수 있다고 국과수는 설명했다.

◆“18일 만에 부패 가능”=국과수는 17∼18일 만에 유 전 회장 시신이 80% 가량 부패했다는 데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한영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테네시주 인류학연구센터의 실험 결과 열흘 만에 확인했을 때 거의 부패된 시신이 있다”고 했다.

국과수 자체 돼지실험에서도 이 점이 가능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설명이다. 다만 이 센터장은 “백골화라는 용어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두부, 안면부, 목에서만 구더기가 발생해 백골화가 진행됐고 나머지에는 피부 조직이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이근평·강승현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