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사망직전 행적 밝힐 ‘블랙박스’… 양회정만 남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금수원 앞… 28일 오전 경기 안성시 금수원 앞 도로에서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 씨 등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수배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여·59) 씨가 운전기사 양회정(55) 씨의 부인 유희자(여·52) 씨와 함께 자수함에 따라 유 전 회장의 도피과정과 사망원인 등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유 전 회장의 구체적인 도피과정과 사망원인 등을 조사하는 한편 양 씨의 부인 유 씨에게는 남편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의 자수를 권고하도록 설득할 방침이다.

28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직접 당직실로 찾아와 자수를 한 김 씨와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범인은닉 및 도피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김 씨는 이재옥(49·구속)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5월 27일 검찰에 체포된 이후부터 그를 대신해 유 전 회장의 순천 지역 도피를 기획하고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오래전부터 금수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했으며 평소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주말마다 금수원 내에서 신도들에게 밥을 지어 주는 등 구원파의 대모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가 금수원 내에서 도피자금 모금, 은신처 마련, 도피조 인력 배치, 검·경 동향 파악 등 유 전 회장 도피와 관련한 모든 일을 구원파 신도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김 씨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은신처 마련 경위와 지난 5월 25일 검찰의 별장 급습 당시 주변 인물들이 어떻게 유 전 회장과 헤어졌는지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유 전 회장이 어떻게 별장에서 2.3㎞ 떨어진 지점에서 홀로 사망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함께 자수한 유 씨도 남편인 양 씨를 도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유 전 회장의 도피과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본 인물로 추정되는 양 씨의 행적이 여전히 묘연한 상황이어서 유 씨를 통해 양 씨의 은신처 확인과 그의 자수도 권고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양 씨는 4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20여 일 동안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해 주고 수사 동향에 대해 알려 주며 각종 심부름을 하는 등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양 씨는 검찰이 송치재 부근 휴게소 식당에서 수색을 벌였을 당시 인근에 있다가 홀로 유 전 회장을 두고 전북 전주 지역을 거쳐 경기 안성으로 이동한 뒤 자취를 감춘 상태다.

한편 검찰은 자수한 두 사람이 불구속 수사 방침을 악용해 사전에 말을 맞추고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 방식을 논의한 뒤 본격적인 진술 확보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