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 ‘어울림’ 큰 인기… 출연자 아픔 나누며 시청자도 ‘힐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진행된 MBN 힐링 토크쇼 ‘최불암의 이야기 숲 어울림’ 9회 녹화에서 진행자인 김민자(가운데) 씨가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문숙(오른쪽) 씨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MB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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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이 사랑방 화롯불 곁에 둘러앉아 손님의 사연을 들어주며 인생의 바른 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착한’ 프로그램이죠.”

종합편성채널 MBN 힐링 토크쇼 ‘최불암의 이야기 숲 어울림’을 부인인 배우 김민자 씨, 김경란 아나운서 등과 함께 공동 진행하고 있는 최불암(사진) 씨는 이 프로그램의 특징을 이같이 소개했다. 지난 5월 12일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2회까지 시험 제작되다 3회부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6월 16일 정규 첫 방송 ‘엄마로 두번 살다’ 편에는 고 최진실, 고 최진영의 어머니 정옥숙 씨가 출연해 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최진실의 두 자녀를 ‘엄마’처럼 키우며 사는 이야기를 풀어내며 동시간대 종편 최고 시청률인 3.889%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지난 21일 방송된 7회까지 가스폭발로 전신화상을 입은 후 이화여대 영문과에 입학한 조선족 최려나 씨를 비롯해 난독증을 극복하고 두 아들을 직접 가르쳐 명문대에 입학시킨 노태권 씨,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혼자 영어를 공부해 원어민 정도의 실력을 갖춘 78세 강영희 씨 등이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역경을 딛고 꿋꿋하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청자들도 상처를 치유받고, 희망을 얻을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힘은 세 진행자의 역할 분담에서 나온다. 김민자 씨는 자상한 어머니처럼 출연자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며 공감하고, 최불암 씨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조금 다른 의견을 내며 단도직입적인 질문도 던지는 등 대화의 강약을 조절한다. 그러다 이야기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흘러가면 딸 역할을 맡은 김경란 아나운서가 나서 상황을 정리하고, 진행에 속도를 붙인다.

지난 24일 9회분 녹화가 진행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스페이스제로 소극장에서 만난 최불암 씨는 “대본대로 하면 재미가 없어서 분위기를 바꾸려 하는데 내가 말을 잘 못하다 보니 궤도를 이탈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민자 씨가 “처음부터 역할을 나누자고 한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며 “나는 계속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저이(최불암)가 자꾸 다른 얘기를 해서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럴 때는 내가 확 잡아주고, 경란 씨가 빠르게 정리를 한다. 참 재밌는 조합”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 아나운서도 “토크쇼는 진행자들의 호흡이 중요한데 풍부한 연륜을 지닌 두 분과 함께하니 정말 행복하다”며 “최불암 선생님의 말씀은 다 재미있어서 계속 듣고 싶지만 너무 다른 쪽으로 빠지시면 ‘선생님 어디 가세요’라고 말하며 흐름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녹화에는 1970년대에 배우로 활동하며 자신보다 23세 많은 고 이만희 감독과의 비밀 결혼으로 화제가 됐던 문숙 씨가 출연했다. 문 씨가 등장하자 김민자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하게 안아줬고, 최불암 씨도 “‘문숙’이라는 이름을 다시 부르니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다”고 반겼다.

김민자 씨가 “문숙과 드라마에서 모녀 연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하자 문 씨는 편안한 표정으로 그동안 숨겨왔던 이 감독과의 사랑과 사별의 충격, 도피하듯 미국으로 떠난 사연 등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문 씨는 또 미국에서 새로운 사람과 재혼했다 이별하고, 자연치유 전문가로 활동하게 된 과정도 세세하게 소개했다.

이에 대해 최불암 씨가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영혼이 지켜볼 텐데 바로 재혼하는 건 부도덕하다”고 하자 김민자 씨가 나서며 “싸우고 헤어진 게 아니라 죽은 거잖아. 그럴 수밖에 없지”라고 말했고, 문 씨도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불암 씨가 “빈자리를 핑계로 가버리면 안 되지”라고 다시 말하자 김민자 씨가 “그만하자. 이러다 싸우겠다”고 말하는 등 티격태격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이며 방청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녹화를 마친 후 최불암 씨는 “요즘 방송이 지나치게 오락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며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어울림’이 참 괜찮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녹화분은 오는 8월 4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된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