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 “덩어리 규제 풀어 투자 촉진 선행돼야”

재계는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강행 방침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기도 힘들었고, 규제로 꽁꽁 묶여 있던 탓에 정작 투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죄인 취급’한다는 것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 도입을 강행키로 한 데 대해 깊은 우려감을 표명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가 악화하면서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은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다는 게 재계 입장이다.

특히 한국은 대외개방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데 글로벌 수요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추진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기업투자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즉 현재 마땅한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시장상황을 살피는 기업들이 대부분이고, 유망한 미래산업이 나타나면 정부에서 말리더라도 경쟁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는 게 기업들 속성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무턱대고 기업 이익을 강제로 재배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기업소득환류세 부과보다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히 풀어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여당의 경우 일각에서 신중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쓰는 만큼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지 벌칙에 포인트가 있는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이익 배당을 늘린다든지 투자를 하면 그만큼 세액 등을 공제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주 의장은 “벌칙 조항을 두려는 것도 전혀 투자가 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벌어들이게 되는 이익 유보금에 대해서만 법인세 감세 혜택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인세 감면을 환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기업들을 더 강하게 압박해 주길 원하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은 “과도하게 쌓인 사내유보금에 조치를 취하는 것에 찬성한다”면서도 “유보금 환류가 배당보다는 소득이나 일자리 증가 쪽으로 이뤄져야 하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법인세 감면을 환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진·현일훈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