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권 발동 투명하게” 한·미 ‘지침 명시’ 공감대

미국 국무부 한·일 문제 담당 책임자가 최근 방한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진행 상황을 정부 인사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은 올해 안으로 진행될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작업 시 일본이 투명하게 집단적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도록 명시할 것을 주장한 한국 측 요구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제임스 줌월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가 지난주 방한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문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정부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본을 거쳐 방한한 줌월트 부차관보는 일본과 협의한 방위협력지침과 관련해 한국 측에 내용을 설명하고 정부 측은 이에 대해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우려가 있다”면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미국 측 역시 일본의 투명한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줌월트 부차관보는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 문승현 북미국장을 차례로 만나 미·일 사이의 논의 내용을 설명했다.

미 국무부의 한국 및 일본 담당 책임자가 한국에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및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대해 설명하고 투명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한 것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들인 한·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일정 정도 설명과 요구를 들어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이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투명성’에 관해서 한국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대목은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동안 수 차례의 만남을 통해 미국 측에 우려 사항을 강력한 어조로 전달해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측에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정부의 우려를 전했으며 앞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과정에서 계속 협의해 한국 측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추진에 대해 지지 입장인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투명한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이달 초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추진에 대해 “일본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방식으로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일본이 투명한 방식으로 집단적자위권을 추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