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단체 ‘서태지 모시기’ 치열한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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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서태지를 둘러싸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후발주자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서태지는 2002년 음저협에서 탈퇴한 후 현재 무적 상태다. 전산화된 음원 사용 집계 외에 노래방, 단란주점 등에서 그의 음원이 쓰이는 것에 대한 징수가 불가능함에도 저작권 징수 과정 등을 문제 삼아 12년째 협회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태지와 음저협이 12년간 끌어온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고, 함저협이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게다가 서태지는 9월 새 앨범을 출시한다. 독점 체제가 깨지는 상황에 놓인 음저협과 후발주자로서 정체성을 갖춰야 하는 함저협, 그리고 컴백을 앞두고 음원에 대한 저작권 징수가 필요한 서태지. 두 협회는 상징적 존재로서 서태지가 필요하고, 서태지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 서태지, “음저협, 명분을 달라” = 음저협은 지난 5월 서태지와 소송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이미 서태지컴퍼니와 수차례 미팅을 가졌다. 올해 초 새로 음저협 회장으로 취임 후 음저협의 변화를 기치로 내건 윤명선 회장이 서태지의 아내인 이은성의 임신 소식을 접하고 직접 축하메시지를 전하는 등 서태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2002년 서태지가 음저협을 탈퇴한 건 당시 온갖 비리에 연루된 음저협의 문제점이 노출되는 시발점이었다. 당시 서태지는 음저협이 자신의 노래 ‘컴백홈’을 패러디한 음반을 승인한 데 대한 반발로 탈퇴한 후 저작권 사용료 청구소송을 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원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은 음저협에 대한 반기였고 법원은 서태지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5월 모든 소송을 마무리한 후 서태지가 다시금 음저협에 가입한다는 것은 음저협이 ‘바로서기’에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서태지컴퍼니의 김민석 대표는 최근 문화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음저협이 저작권료 징수를 위한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12년간 홀로서기를 했던 서태지가 다시금 음저협에 가입할 만한 명분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음저협의 윤 회장은 “지난 4월 나의 저작권료를 공개한 데 이어 음저협의 회계내역 또한 외부에서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만큼 음저협이 바뀌고 있고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태지는 12년간 법정싸움을 벌이며 작가로서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더욱더 음저협이 그런 상처를 보듬고 협회로서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 커다란 정책적 명분이 없다면 협회장 개인 자격으로라도 서태지에게 사죄를 하고 음저협의 각오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 서태지, “함저협, 실리를 달라” = 함저협은 음저협의 독점 체제에 대한 반발로 잉태된 단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태지는 과거부터 음저협에 ‘신탁범위선택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이는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재산권 모두를 신탁해야 하는 음저협과 달리 하나의 음악에 포함되는 방송권과 전송권, 복제권 중 어느 범위까지 협회에 신탁할지 권리자가 직접 정하는 제도다. 함저협은 시작 단계부터 이 제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태지가 요구하는 명분에 부합한다는 의미다. 또한 음저협에 비해 수수료율을 낮게 책정해 권리자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함저협은 후발주자로서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상징적인 인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음저협을 탈퇴했던 서태지가 함저협을 택한다면 음저협의 대항마로서 인정받는다는 상징적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함저협은 실질적인 관리 부분에 있어서 시스템 구축이 아직 미흡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서태지컴퍼니의 김 대표는 “동네 노래방과 단란주점 등은 협회 직원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저작권료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 중 반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태지 역시 협회 탈퇴 이후에는 사실상 징수하지 못했다”며 “함저협은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인력 구성이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대안이 있는지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허영아 함저협 국장은 “음저협이 10개의 지부를 가지고 있는데 함저협이 또다시 만드는 건 사회적 낭비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음저협 지부에서 과거 수차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곳에 대행을 맡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함저협은 이미 전국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징수대행사업자를 공모를 통해 정한 후 그들에게 징수 역할을 맡기고 문제가 없도록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법을 채택할 것이다”고 말했다.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