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나도 정상주행… 손상부위 스스로 봉합… 타이어에 숨은 첨단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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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금호타이어가 개발한 실란트 타이어의 작동 원리. 이물질이 타이어 접지면을 관통했을 때 타이어가 스스로 손상 부위를 봉합해 공기 누출 없이 정상적으로 주행 가능하다.

차량 구입시 디자인이나 성능, 연비, 가격 등을 꼼꼼히 비교하는 운전자들도 타이어는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동차가 달리고 멈추고 회전하는 모든 기능을 최종적으로 구현하는 부분이 바로 타이어다. 주행시 타이어가 지면과 닿는 부분을 재보면 손바닥만 한 엽서 한 장 크기이고 네 바퀴가 땅에 닿는 면적을 합쳐봐야 A4용지 한 장 남짓이다. 보통 타이어는 4만∼6만㎞ 정도를 주행하는데 이 A4용지 한 장의 면적을 통해 자기 무게의 30배가 넘는 차를 짊어지고 6000만 번에서 많게는 1억 번의 회전을 견뎌낸다. 자동차 성능을 좌우하고 안전운전의 가장 기본이 되는 타이어 기술에 대해 살펴봤다.

◆ 차량의 성능 좌우하는 타이어 = 일반적으로 운전자들은 같은 모델의 차는 같은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타이어에 따라서 제동력은 물론 승차감, 연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보통 1.5t 정도의 자동차 중량에서 타이어 무게는 3%에 불과하지만 타이어가 차량 연비에서 차지하는 기여율은 20%(유럽연비시험 기준)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마디로 차가 좋아도 그 힘을 전달해주는 타이어가 역할을 못하면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타이어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재료가 고무인 것은 맞지만 오늘날 타이어는 100여 가지의 원부재료가 들어가는 복합체다. 이 때문에 타이어 업체들은 수많은 원료들의 특성을 연구해 최적화된 재료 배합을 찾기 위해 실험을 반복한다. 이후 설계 구조 변경을 수백 차례 조절하고 다시 30가지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야 하나의 타이어가 시장에 선보이게 된다.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패턴이라고 불리는 타이어 겉표면의 굵고 가는 선들이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패턴 디자인은 타이어를 개발하는 첫걸음이자 차량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루브(Groove), 사이프(Sipe), 커프(Kerf) 등으로 불리는 선들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제동력과 접지력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겨울용 타이어의 경우 깊게 파인 블록 형태를 띠는데 이는 바퀴가 눈을 찍어가면서 주행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커프라고 불리는 많은 잔주름은 접지 면적을 최대한 높여 제동 성능과 견인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타이어 패턴 디자인이 좌우가 같은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코너링시 타이어의 바깥쪽 접지력을 높여줘 고속으로 코너를 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비대칭 패턴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 신기술 타이어도 속속 등장 = 현재의 공기주입식 타이어는 승차감 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펑크’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주행 중 타이어에 이상이 생길 경우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이어 업체들은 펑크로부터 자유로운 타이어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런플랫 타이어는 고무 지지대가 타이어 안쪽 양 측면에 들어있어 공기가 빠져나가도 지지대가 바퀴 모양을 유지해 일정거리 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타이어다. 런플랫 타이어는 예비용 타이어나 교체 장비를 차량 내에 별도로 구비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타이어와 같은 승차감이나 연비, 내구성 등을 갖기 위해서는 회전저항을 낮추면서도 단단한 고경도 소재 개발 등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3세대 런플랫 타이어를 개발해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에 공급을 시작했다.

실란트 타이어는 이물질이 타이어 표면을 관통했을 때 손상 부위를 자동 봉합해 공기 누출 없이 정상 주행이 가능한 타이어다. 일반 타이어는 주행 중 뾰족한 물질이 타이어 표면을 관통하면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지만 실란트 타이어는 젤리 형태의 실란트층이 손상 부위로 이동해 구멍을 메워 공기 유출을 막아준다.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 일정 거리 주행 후 교체가 필요한 런플랫 타이어와 달리 따로 교체할 필요가 없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실란트 타이어를 출시했다. 고무 특성상 일정 거리를 달리면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을 극복하는 타이어도 있다. 넥센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인 그린 하이브는 노면과 맞닿는 타이어 표면만을 지속적으로 보충(리필)해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타이어로 꼽힌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