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1만3000㎞用… 美전역 타격 가능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한 핵무기 공격 위협에 이어 운반수단인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발사장에 대한 대규모 확장·개량 프로젝트를 빠른 속도로 진척시키고 있는 사실이 미국 위성을 통해 포착됐다. 특히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높이를 두 배 가까이 높여 성능과 사거리를 향상시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38노스가 29일 오후(한국시간 30일 오전) 위성사진을 분석해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동창리의 발사장 로켓 지지대가 완성될 경우 현재 30m 높이였던 은하 3호보다 긴 50∼55m 높이의 발사체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증축 작업은 내년까지는 완료될 것으로 전망됐다. 38노스는 지난해 말부터 동창리 발사장에서 새로운 발사대를 건설 중이며 KN-08 이동식 ICBM 추정 발사체의 추진체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북한 군사 전문가들은 동창리 발사장 확장 프로젝트의 목표가 미국 서부해안까지 도달 가능한 사거리 8000㎞의 은하 3호보다 도달 거리가 늘어나 워싱턴DC를 포함해 미국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사거리 1만3000㎞ 정도의 ICBM 개발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27일 육해공·전략군 결의대회에서 “태평양상의 미제 군사기지와 미국 대도시들을 향해 핵탄두 로켓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은 핵공격 위협을 한 것 역시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사거리 약 8000㎞로 미국 서부지역을 사정권에 둔 은하 3호와 비교해 길이 50m 이상이면 워싱턴까지 도달할 수 있는 1만3000㎞ 정도의 사거리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북한은 ICBM 대기권 재돌입 실험을 한 적은 없지만 고도 240㎞에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300㎞ 노동미사일을 개발한 것에 비춰 재돌입 기술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경민(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핵 탑재 ICBM 개발을 최종 목표로 개발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대기권 재돌입 기술과 탄착 목표 지점에 대한 정확성을 담보할 기술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교수는 “ICBM 기술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중동국가 및 저개발국가에 대한 미사일 수출까지 고려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