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對러 제재>韓은 아직 ‘고민中’ …日은 제재안 발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한국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측이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동맹국인 한국 역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고민은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나타난다. 노 대변인은 30일 피터 헤럴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방한해 관련부처를 대상으로 대이란 제재, 대러시아 제재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연 데 대해 “이번 방한은 미국의 대이란 및 대러시아 제재조치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대러 제재 동참을 위한 압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런 관점에서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서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도 표명한 바가 있다”며 제재 여부에 대해서 향후 어떻게 하겠다는 방침은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동맹국인 미국은 한국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원하고 있지만 외교·경제측면에서 러시아와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정부로서는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북핵문제 해결, 나진·하산 공동프로젝트, 러시아 기업진출과 연 2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에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비판성명을 발표했지만 제재까지는 지나치다고 판단하고 한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크림 병합 또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불안정화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되는 개인 및 단체에 대해 일본 내에 있는 자산 동결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또 일본이 크림산(産) 제품의 수입제한 조치도 단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가 장관은 지난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확인한 푸틴 대통령의 올가을 방일과 관련, “현시점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