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책임론 제기도 못할 정도로 ‘참혹’… 與, 애써 ‘표정관리’

7·30 재·보궐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한 새정치민주연합은 31일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선거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거취를 논의했다. 두 당 대표는 이날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고, 최고위원들도 총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면 그동안 2선으로 물러나 있던 친노(친노무현)계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가 새정치 이미지의 상실로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을 뿐 아니라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다른 잠룡들도 원내 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정치연합은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선거 패배 후 당연히 제기되는 당 대표 퇴진론조차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한 재선 의원은 “이 정도로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당내에 없었다”며 “호남까지 내준 적은 없었고, 손학규·김두관 등 대권후보들도 떨어져 참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해서는) 상의할 필요도 없다”며 지도부 퇴진을 기정사실화 했다.

새정치연합은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일단 맡아 운영한 뒤 비대위 체제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대위 구성에서부터 이견이 쏟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당대회를 언제 치르느냐도 논란거리다. 비대위체제로 반년 이상을 가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지만 중앙위원, 대의원 등 공식 당 조직이 전혀 구성돼 있지 않아 당장 전대를 치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대를 앞당길 경우 정기국회와 일정이 겹친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당 혁신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해 상당히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원들은 이날부터 계파별, 모임별 회의를 잇달아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친노계가 다시 당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현 지도부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깨질 때는 확 깨질 수밖에 없다”며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손 고문과 김 전 지사가 낙선하면서 친노를 견제할 만한 당내 구심점을 찾기도 어렵다.

안 대표는 광주 광산을과 서울 동작을 전략공천 실패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도 승리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재·보선에서 참패해 대권 행보도 난관에 봉착했다. 당 일각에서는 “그 사람이 아직도 대권주자냐”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기존의 대권 잠룡들도 함께 몰락하면서 대권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조성진·이화종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