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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01일(金)
교황선출 마지막 관문, 고환 있는지 만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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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케 보르트만 감독의 영화 ‘여교황 조안’(2009)의 한 장면. 조안은 실존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워낙 흥미로운 소재이기에 책과 영화 등으로 자주 다뤄져 왔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교황연대기 / 존 줄리어스 노리치 지음, 남길영 외 옮김 / 바다출판사

즉위 1년여 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른 교황 프란치스코. 그의 행보와 발언들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면서 ‘교황 직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영적 지도자이자 로마의 주교,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6번째 교황이다. 지난 2000여 년간 그에 앞서 역사에 공식 기록된 교황만 255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신간 ‘교황 연대기’는 이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되고 있는 군주제”인 교황직에 대한 계보(系譜)다. 비잔티움제국의 1000년 역사를 담은 책 ‘비잔티움 연대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저자가 이번에는 교황의 2000년 역사를 집대성한다. 1대 교황 성 베드로부터 266대 교황 프란치스코, 그리고 선출된 교황에 반발해 스스로가 교황임을 주장한 ‘대립교황’들까지 300여 명의 인물들을 담았다. 구상과 집필에만 25년이 걸려 저자가 81세가 되던 2011년에야 영국에서 책이 출간됐다.

◆역사적 기록을 통해 본 초기 교황에 관한 이야기들

마태복음 16장의 구절 ‘너는 베드로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예수가 성 베드로(재임 ?∼64)에게 이른 이 말씀을 토대로 교황권은 성 베드로에서부터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다. 실제 가톨릭에서는 성 베드로를 1대 교황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당시 역사적 기록들을 살핀 결과, 성 베드로가 로마교회를 세우지 않았고 로마에 잠시 체류하다가 순교당한 것이기 때문에 ‘로마의 주교’를 뜻하는 교황의 칭호를 쓰기에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더욱이 성 베드로는 교구의 주교도 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성 베드로가 생전에 ‘전설’이 됐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성 베드로는 사후 200년 동안 점차 초대 교회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다. 갈릴리의 어부였던 그는 예수에게 발탁돼 그의 오른팔이 됐고, 이방인에게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전파한 첫 번째 사람으로 기록된다. 또한 부활한 예수가 그 모습을 나타내 보인 첫 번째 사도이기도 하다. 성 베드로는 교회를 세웠다기보다 이런 매력적인 특징과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교황에 올랐다. 특히 320년쯤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의해 바티칸 언덕에 성 베드로를 위한 대성전이 세워졌고, 성전의 천장에 이 마태복음 16장의 구절이 새겨지면서 성 베드로의 ‘전설’은 확립됐다.

교황 역사상 유일한 여교황으로 거론되는 조안(855?∼857)에 대한 믿기 힘든 이야기도 흥미롭다. 1265년 도미니코회의 한 수사 마르티니가 쓴 ‘교황과 황제 연대기’에 따르면 조안은 필적할 사람이 없을 만큼 다양한 학문에 통달한 여성이었고, 여성임을 숨긴 채 만장일치로 교황에 선출됐다. 하지만 동료 수사에 의해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정확한 출산일을 알지 못하고 행차를 하다가 길에서 출산을 하고 죽었다.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그 자리에 묻었고 수치스러운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녀를 공식 교황의 이름에서 제외했다. 1490년 펠릭스 하어멀레인의 ‘귀족과의 소박한 대화’에서도 조안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그 때문에 이후 교황 선출시 하위 성직자 중 한 사람이 고환을 만져 보고 그가 남자임이 증명되면 ‘그에게 고환이 달려 있습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모든 성직자들이 ‘주여, 찬미받으소서’라고 화답한 후에야 교황으로 인정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조안은 실존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레오 4세(847∼855)와 베네딕토 3세(855∼858) 사이에 조안이 교황직을 수행할 만한 시간적 공백이 없었고, 동시대의 기록 속에는 조안의 존재가 없는 등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책에는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에게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왕관을 씌워 준 레오 3세, 십자군 원정을 이끈 인노첸시오 3세, 반종교 개혁의 선봉에 섰던 바오로 3세 등에 대한 이야기도 주요 역사적 사건과 함께 소개된다.

◆요한 바오로 1세, 프란치스코 등 20세기 이후의 교황들

요한 바오로 1세, 요한 23세, 프란치스코 등 20세기 이후의 교황들은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책에는 두 차례 세계대전 기간에 교황직을 수행한 베네딕토 15세, 알리 아자라는 터키 암살자로부터 피습을 당하고 방탄유리로 된 차를 탔던 요한 바오로 2세 등에 대한 일화도 담겼다.

특히 책은 요한 바오로 1세(1978)를 최초로 즉위식을 거부하는 등 프란치스코 교황만큼 권위적인 형식을 싫어했던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그는 교황 가마도, ‘짐’이라는 표현도,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삼중관도 거부했다.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에서 한 달치 봉급을 추가 지급하는 관행도 반으로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요한 바오로 1세는 교황에 오른 지 겨우 33일이 되던 1978년 9월 29일 새벽 갑자기 숨을 거둔다. 그가 바티칸은행의 대형 재정 스캔들을 폭로하려다 암살을 당했다는 음모론 등은 지금까지도 계속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저자는 책에서 “후임 교황들이 따라하기 곤란한 선례가 될 것 같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만큼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고 적었다. 또한 베네딕토 16세가 살아서 교황직을 프란치스코에게 물려준 것도 잘못됐다고 말한다. 교황은 직업이 아니고, 하느님에 의해서 선택된 사람이기 때문에 종신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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