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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01일(金)
스마트폰 시대… 빛바랜 ‘사전’의미 되짚다
日고대∼1900년대 편찬사 정리… 지식강국 일본의 면모 ‘한눈에’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근대화 시기 일본에서 ‘일본백과대사전’은 지식인뿐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인기였다. 사진은 이 사전의 간행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이다. 사계절제공
사전, 시대를 엮다 / 오스미 가즈오 지음, 임경택 옮김 / 사계절

지(知)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편집해 놓은 것. 한 사회의 지적 산물을 체계적으로 분류, 집대성한 결과물. 사전이다.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의 개정판을 내면서 종이사전 출판을 중단한 건 2008년. 244년 전통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디지털 형태로만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뜻을 밝힌 건 2012년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종이뿐 아니라 휴대용 전자사전마저 사라지고 있는 시대, ‘사전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건 어떤 의미일까.

더군다나 책의 초판은 사전의 편찬이 지식과 문화의 표준을 마련하는 일로 여겨지고, 사전이 당대 지식의 좌표로 큰 힘을 발휘하던 1988년에 간행됐다. 그러나 당시 저자의 서문은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에도 변함없는 답을 준다. “사상사나 문화사의 문제를 생각하려는 사람들이 공통 화제나 연구의 좌표축으로 삼을 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사회가 성립되고 유지되려면 여러 가지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하고, 또한 그것을 전달해야 한다.… 백과사전적인 책을 읽다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지식의 범위나 사유방식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책은 일본의 고대부터 근대적 백과사전이 출현한 1900년대 초까지를 통사적으로 다룬다. 서문서 밝혔듯 당대의 사상이나 문화를 좀 더 구조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함이다. 그러니 책은 ‘사전의 역사로 다시 쓰는 일본의 지식문화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이 가장 왕성한 지식욕을 가졌던 때는? 바로 일본이 조금이라도 일찍 서양 문명의 모든 것을 망라하여 받아들이려고 시도한 메이지 유신 이후다.

책은 “문부성은 일본의 근대화를 위해 ‘백과전서’의 번역과 출판에 엄청난 힘을 쏟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스코틀랜드 체임버스 형제가 출판한 ‘체임버스 백과사전’ 10권을 1873년 영어 실력을 닦은 일본 신예 지식인들이 모여 번역, 요약본 격인 ‘백과전서’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근대화에 대한 열망, 서구 문명에 대한 동경, 탈아(脫亞)를 향한 절박함이 사전 편찬 과정에서도 드러나는 것. 일본 사회에 넘치는 지적 활력은 1894년 하쿠분칸(博文館)에서 발행한 ‘전가보전명치절용대전’으로 이어진다. 1200쪽 규모의 이 대형 책은 메이지 시대 일본인들의 지식 욕구에 부응하려는 하쿠분칸의 출판 활동을 한 권에 집약한 통속 백과사전이다. 메이지 문화사의 절정을 엿볼 수 있는 건 1908년 산세이도(三省堂)에서 간행한 ‘일본백과대사전’이다. 러일전쟁 후 국가의식이 높아지고 있었고, 일본은 백과대사전의 탄생을 20세기 초 국력 융성의 상징으로 여겼다.

책에 따르면 같은 해 11월에 열린 발행 축하연에서 해군 중장 기모쓰키 가네유키(肝付兼行)는 “우리나라의 빛으로 공경하고, 우리나라의 보물로 사랑할 책”이라고 칭송했다. 저자 역시 책의 곳곳에서 뿌듯함을 감추지 않는다. “이 백과사전은 메이지 시대의 일본문화를 집약했으며, 넓은 견식과 양심적인 편집으로 높이 평가되었고, 일본 백과사전의 역사상 획기적인 역할을 해냈다.… ‘일본백과대사전’은 근대 일본 백과사전의 원류가 되었고, 현재 일본은 드물게 자국어로 된 내용이 풍부한 백과사전을 몇 종류나 가지고 있는 국민이 되었다.”(261쪽)

일본의 사전 편찬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출판 강국, 지식 강국으로서의 면모와 그 역사적 배경까지 단숨에 훑게 되지만, 1980년대에 쓰여진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약간 씁쓸하다. 저자는 불과 20년 만에 출판시장과 사전 편찬이 이렇게 축소될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 “현재 일본 대형 서점의 사서·사전 진열대에는 수많은 백과사전이 각각의 특색을 뽐내며 놓여 있다. 세계적으로 상당히 특이한 현상이지만, 현대 일본의 백과사전이 지닌 이 요란함의 배경에는 지금껏 살펴본 바와 같은 오랜 역사가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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