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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01일(金)
예수의 사망 원인은 ‘호흡곤란에 의한 질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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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죽음들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 파트릭 펠루 지음,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임종의 고통. 위대하고 역사적인 인물에게도 개별적이고 비극적인 ‘최후의 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당시로서는 치유할 방도가 전혀 없었던 치명적인 질병에 시달리다가 죽기도 하고, 몰래 숨어든 암살자의 비수에 찔려 숨을 거두기도 한다. 이 책은 역사 속의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과 절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의사의 시선으로 분석해 이야기로 복원해낸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죽음으로 그 반대편 삶의 이야기를 건네는 철학책은 아니고, 영웅의 죽음을 사회변화의 맥락에서 해독해낸 역사서도 아니다. 저자는 의사의 눈으로 죽음의 장면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낱낱이 재현한다. 저자는 특정인의 죽음에 대한 의미보다는 자료와 추론, 그리고 의학적 소견을 앞세운 ‘의학관련 서적’이라고 스스로 낮춰 설명하고 있지만, 질병과 죽음을 씨줄로 삼고 당시의 사회상과 역사를 날줄로 교직한 책은 단순한 ‘시신검안서’ 차원을 넘어선다.

책이 다루는 건 서른 한 건의 죽음이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죽음은 예수다. 당시 중동지역에 결핵이나 한센병이 유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에 이르기 전의 예수는 비교적 건강상태가 좋았다는 게 의사인 저자의 진단이다. 그가 추론한 예수의 직접적인 사인은 ‘호흡기능 저하에 따른 질식사’다. 십자가에 매달면 근육에 힘이 빠지면서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호흡이 곤란해지는데 저자는 예수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호흡곤란으로 최후를 맞았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예수 부활의 진위는? 의사로서의 저자의 견해는 단호하다. ‘죽은 자를 12시간이나 지난 뒤에 다시 살려낸다는 건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린 저자의 사망선고. “예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 해도 예수는 분명 죽었다.”

저자는 이어 샤를 9세, 앙리 3세, 루이 13세 등 프랑스의 왕과 볼테르, 몰리에르, 발자크, 에밀 졸라, 플로베르, 퀴리 부인 등이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맞게 됐는가를 추적한다. 생전의 질병 기록과 사망 후 시신 부검의 결과에다 의사로서의 임상경험과 심리학적, 사회적 관점의 추론을 덧붙여 복원해낸 죽음의 순간이 책 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수많은 죽음 중에서 저자가 특히 경의를 표하는 죽음의 주인공이 마리 퀴리다.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이뤄낸 퀴리부인은 위험성을 모른 채 실험실에서 늘 방사능 물질과 접촉했다. 그 결과 방사능에 의한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고 골수가 손상돼 몸에 피가 고였으며, 방사선 피부염까지 앓았다. 그럼에도 그는 절망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연구를 계속했다. 요양소에서 조용한 죽음을 맞이한 퀴리 부인을 두고 저자는 투쟁과 신념, 그리고 용기로 일관해 온 한 여성의 ‘위대한 휴머니즘’을 이야기한다.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한 편의 희극에 가깝다. 고혈압을 앓고 있었으면서도 의사가 자신을 독살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혈압약을 먹지 않았던 스탈린은 침실에서 뇌혈관 출혈로 쓰러졌다. 촌각을 다퉈 응급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쓰러진 스탈린은 뒤늦게 발견됐다. 암살에 대한 강박적인 두려움 때문에 경호원의 출입까지도 엄격하게 통제했던 게 원인이었다. 공연히 치료를 했다가 자칫 책임추궁을 받을 것을 두려워한 의사들은 쓰러진 스탈린을 그대로 놔둔 채 며칠을 기다리다가 진정제나 진통제 처방도 없이 인공호흡기만 달았다. 그리고 닷새 만에 스탈린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둔다. 저자는 의학의 발달이 아직 미비하던 시대의 죽음을 이처럼 낱낱이 살피는 것이 ‘낙관적인 태도로 우리의 진보를 확인하는 길’이라고 독자를 위안하고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의 과정과 그 순간을 맞이하는 스스로의 자세까지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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