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GE 장수비결? 위대한 기업의 특징인 ‘변화’하는 능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지난 7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인내와 끈기를 존경한다”며 큰 호감을 나타냈다. 170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초글로벌 기업 리더의 풍모가 인상적이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지난 7월 21일 인터뷰에서 “세상은 기업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기업경영의 중요한 덕목으로 ‘속도’를 강조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7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비즈니스센터에 훤칠한 키의 중년 신사가 들어섰다.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나를 봐도 허투가 없는 듯한 신중함과 열정적인 기운을 함께 내뿜는 인물, 존 라이스 제너럴일렉트릭(GE) 부회장이다.

그는 초글로벌 기업인 GE에서 해외 사업부문을 이끄는 글로벌성장기구(Global Growth Organization)부문 최고경영자(CEO)다. 제프리 이멀트 GE 회장을 보좌하는 2인자로, 미국 이외의 지역사업에서 GE를 대표하고 있다. 현재 GE가 전 세계 170개국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으니 그의 무대는 말 그대로 ‘지구’인 셈이다.

그는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1년에 대략 40∼50개국을 방문하고, 대부분 한 번 이상 간다”고 했다. “언제나 고객과 파트너 미팅, 정부 관계자 미팅, 그리고 GE 직원들과 만나는 것까지, 이 세 가지가 방문 목적”이란다. 이번 서울 나들이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어조는 단호함과 겸손함이 엇갈리면서도 한 가지 리듬을 타는 것 같았다. 주저하지 않는 확신이다. 답변에 막힘이 없었지만 예상 밖의 반응도, 파격적인 표현도 없었다. 격식이 몸에 밴 ‘젠틀맨(gentleman)’, 수많은 국가와 문화권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기업 리더의 한 덕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바쁜 일정의 틈을 벌려 어렵게 마련된 자리여서 인사를 나누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GE는 어떤 기업을 지향하는가.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기업인가,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인가.

“두 가지 모두 해당한다. 내가 처음 GE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와 오늘날 간에 사업환경의 차이점은, 이제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GE가 현지 기업처럼 사업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GE가 진출해 있는 많은 국가들은 일자리 창출, 역량 개발 등의 측면에서 그러한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 만약 GE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이익창출 또한 기업이 존속할 수 있게 하는 만큼 중요하다. GE의 목표는 단지 현재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일을 하다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에게 이윤을 제공하는 것과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투자 활동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

―GE가 장수기업으로서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장은 물론 고객들의 요구, GE가 진출해 있는 나라들의 기대치가 모두 변한다. GE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면 성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변화해왔다. 위대한 기업의 특징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것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새롭게 배우고, 혁신하는 것까지 그렇다.”

라이스 부회장은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하나의 방법은 학습하는 문화를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GE의 리더들은 탐구심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며, 이를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스스로 배움을 멈췄다고 여긴다면 좋은 리더가 되기 어렵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현재 GE를 이끌고 있는 이멀트 회장에 대해서도 “탐구심이 매우 강해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알고 싶어한다”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고 호기심이 많으며 얻은 지식을 혁신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리더들이 회사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GE의 130여 년 역사는 ‘변신’으로 압축된다. GE는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회사가 모체다. 1892년 에디슨 제너럴일렉트릭회사와 톰슨휴스턴일렉트릭회사가 합병해 오늘날의 GE가 탄생했다. 주력 사업부문은 조명에서 발전, 수(水)처리, 엔진, 헬스케어 등으로 변모했다. 그 덕분에 1896년 다우존스산업지수 출범 당시 포함된 기업들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남아있는 상장 기업이 됐다. 조선 말인 1887년 경복궁 내 건천궁에서 한국 최초로 백열전구를 밝힌 것도 GE다. GE코리아는 국내에 1400명의 직원을 두고 조선해양, 발전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GE 조선해양글로벌 본부가 부산에 터를 잡기도 했다.

―GE가 꾸준히 변화에 대응해 왔는데, 현재 핵심 사업전략은 무엇인가.

“큰 틀에서 정의하면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사회적 생산 기반·인프라)다. GE는 전력 발전, 헬스케어, 항공과 철도 등 운송, 광업, 석유·가스 등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지난 15년간 인프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사업들에서 철수해왔다.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사업들을 매각했고, 800억 달러 상당의 사업들을 인수했다. 인프라와 직접 연관이 없는 부문을 매각한 자금을 인프라 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GE는 세계적으로 더욱 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도적인 역량을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초글로벌 기업인 GE는 아프리카, 남미, 중동, 동남아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20년 전에는 어떠한 사업도 하지 않았던 시장들이다. 라이스 부회장은 “이제는 그 시장에서 수주한 규모와 매출이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면서 “모두 인프라가 필요한 나라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GE는 이들 국가들의 전력 발전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을 통해 그 국가경제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화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관계로 옮아갔다.

―개발도상국가에선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양립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 이슈다.

“내가 방문한 모든 국가의 정부들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sustainable and inclusive)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장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경제는 성장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지속가능’이란 경제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성장은 재생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해야 한다. ‘포용적’이라는 것은 소수의 사람만이 혜택을 입는 성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아랍의 봄’과 ‘월가 시위’ 등을 통해서 확인했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이 가능한 지점을 보았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는 일자리다.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으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그와 더불어 인적 자본과 금융 자본을 생각해야 한다. 투자자들과 인재가 필요하다.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본과 함께 유능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인프라다. 인프라가 없으면, 예를 들어 전기가 없다면 컴퓨터가 없을테니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 좋은 헬스케어 시스템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러면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성장을 절대 이룰 수 없다. 깨끗한 물과 식량이 있어야 하는데 전 세계 인구 중 약 15억 명은 그게 부족한 채 살고 있다. 그래서 인프라가 있어야 한다. GE가 그토록 인프라 기술 산업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가 인프라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뿐만이 아니다. 미국, 한국, 독일 등 이미 발전한 선진 국가들 중에서도 인프라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개발도상국에서 인프라 건설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미얀마, 이집트, 이라크 등 민주화가 일어나고 있는 나라들을 보라. 어떤 곳은 더디지만, 어떤 곳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 정부가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측정하는가. 그 측정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프라다. 하루에 몇 시간 전기가 들어오는지, 얼마나 자주 정전되는지, 아픈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등에서 변화가 보인다면 국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주고 있다고 느낄 것이고, 민주주의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그러한 변화가 없다면, 삶이 나아지지 않는데 왜 민주주의가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인프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더 나아졌는지 더 나빠졌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GE는 글로벌 경영전략에서 현지화(loc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 가운데 어디에 더 초점을 맞추는가.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한다. 21세기에 성공하는 기업은 세계화와 현지화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는 기업이다. 170개국에서 성공하려면 각 지역에서 현지 기업으로서의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의사 결정 과정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기업을 이끌고, 모든 의사 결정을 본사에서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현지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국가에 GE의 가치와 윤리관을 가진 인재를 보유해야 한다. 이는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떤 규칙을 따를 것인지는 현지 팀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고, 이에 대한 것은 위임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세계화와 현지화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21세기의 가장 세계적인 기업들을 만들 것이다. 세계화와 현지화 사이의 가장 이상적인 균형을 찾는 것, 그것이 GE가 나선 여정의 목표인 것이다.”

라이스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이 추구할 방향으로 현지화와 세계화의 균형을 강조했지만, 자국 산업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보호무역주의의 흐름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글로벌 기업의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 정부는 해외 진출 기업들의 귀환을 독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반면, GE는 해외 글로벌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로 모순되는 게 아닌가.

“아니다. 우리는 미국에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미국 경제 역시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 GE를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 서유럽, 한국 등 비용이 높다고 여겨지는 국가에서도 사업 확장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느 국가이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GE의 역할은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세계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는 GE 엔진 부품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 이외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생산된 자재와 부품 등이 특정 지역에서 조립된 후 다시 전 세계로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이 바로 21세기 사업의 모습이다. 한 곳에서 모든 작업을 진행하고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모습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한다. 글로벌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많은 정부 지도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국 자본 투자를 많이 유치하는 나라들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그중 하나는 단지 몇년 후만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5개년 계획이 있고,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비전 2020’이 있다. 미래에 대한 안정적이고 분명한 비전을 보유하고 명확한 우선순위를 두는 국가들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기업들은 투자를 결정하거나 인재를 채용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비전을 원한다. 비전이 좋을수록, 정부가 세운 우선 순위가 명확할수록, 기업이 투자하기 쉬워진다. 규제가 쉽게 변하지 않고 일괄적이며 예측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런 점들이 장기적인 투자, 더 많은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루고 싶은 목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기업들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지원할 수 있도록 서로의 기대치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은 투자할 만한 나라인가.

“한국은 매우 규모가 큰 시장이며,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많은 차세대 기술들이 한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투자해 사업을 하는 것은 GE가 더욱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부는 정책변화를 추구하기 마련이고,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이다. 기업이 걱정하는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다만 정부는 변화를 추구할 때 그것이 장기적인 투자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 규제가 너무 많다거나, 자주 바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기업은 언제나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이는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규제를 받아들인다.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역할은 규제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규제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이해하고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규제의 문제점은 규제 자체가 아니라 이를 따르기 위해 수반되는 것, 예컨대 관련 서류 작업과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 등이다. 이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다면, 정부가 규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욱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규제 자체보다 그로 인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관료주의가 문제라는 뜻인가.

“기업이 규제를 잘 따르고 규제당국이 기업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정부는 규제를 통해 당초 이루고자 했던 바를 얻어내고, 기업들은 사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의 위험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비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 과정에 관료주의가 있을 수 있다. 관료주의는 비효율적이고, 높은 비용을 야기한다. 투자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도록 만들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

―외국 기업으로서 한국 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그렇게 질문하는 자체가 우리의 어려움 중 하나다.(웃음) 우리는 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으로 여겨지길 바란다. 물론 사람들이 삼성, LG 등과 GE를 혼동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GE 또한 그런 훌륭한 한국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되고 싶다. 우리는 한국 대기업을 매우 존중한다. 많은 한국 대기업들과 함께 사업을 하고, 일부는 경쟁하기도 하고, 그들로부터 배우기도 한다.”

GE는 올해 초 이멀트 회장 주재로 열린 ‘2014 GE 글로벌 리더십 미팅’에서 삼성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했다. 매년 특정 기업을 지정해 배울 부분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올해는 삼성이 대상이 된 것이다.

―삼성의 강점들을 배우려 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존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GE는 삼성을 존경한다. 삼성은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고, 그들로부터 배우려고 한다. 꼭 삼성뿐만이 아니다. 더욱 좋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른 기업들에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자 한다. GE와 같이 거대한 기업은 모든 정보가 기업 내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칫하면 스스로의 틀에 갇힐 수 있다. 따라서 GE의 리더들은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접하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을 실행하고 있는 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것은 다른 기업일 수도 있고, 정부일 수도 있고, 소규모 창업자일 수도 있다. GE는 이러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라이스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한 이후 삼성그룹에 전략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 묻자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나는 그 질문에 답하는 데 적절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면서도 “어느 기업이든 자신의 장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바탕으로 항상 미래를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GE는 이러한 고민을 하고 있고, 삼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에둘러 대답했다. 그는 “GE는 우리에게 맞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지, 적합한 인재가 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고, 이는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묻자,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속도’를 강조했다. “세상은 기업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단계가 있을수록, 의사 결정 과정이 더욱 복잡할수록 기업의 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며 “속도가 중요하다. 기업은 옳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동시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은 훌륭한 한국 기업들이 많지만, 굳이 말하자면 아마 GE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표준시간이 다른 30개의 시장에서 사업하고 있는 거대 기업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 것인지 말이다. 기업은 갈수록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고객들은 신속한 대답을 요구하고 있고, 모든 의사 결정이 본사를 통해서 이뤄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전 세계 대기업들은 의사결정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을 줄 수도 없다. 일정 부분은 통제해야 하지만, 고객과 더욱 가까운 사람(현지 인력)에게 더 많은 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대기업들도 미국과 유럽의 대기업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인터뷰=오승훈 부장대우(경제산업부)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