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부동산 살리기’ 국회에 달렸다

집 사기가 쉬워졌습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팀이 본격적인 ‘부동산 살리기‘에 나서면서 이른바 ‘대못 규제’들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장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1일부터 적용됩니다. 이에 따라 집값의 40% 내외의 자금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됐지요.

또 내 집 마련 디딤돌대출 자금도 상반기 5조 원에서 하반기 6조 원으로 늘어납니다. 지원 대상도 이르면 9월부터 무주택자에서 기존주택 처분 조건부 1주택자로 확대되고요. 지난 2월말 발표돼 부동산 시장 급랭을 부른 전세임대주택 과세도 철회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돈이 늘어나고, 이자 부담도 낮아져 주택구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1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외면한 채 부동산 부양 정책을 쓰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내 집 마련 수요자나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국회 벽은 헐리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회복에 주마가편(走馬加鞭) 역할을 할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을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 국민주택기금을 도시정비에 활용할 수 있는 주택도시기금법 등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습니다. 이들 규제 관련 법안은 7∼8년 여전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됐으나 주택시장 장기침체로 유명무실한 상태지요.

문제는 국회에서 발목 잡힌 이들 부동산 규제법이 시장에서 여전히 심리적인 위축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분양가 상한제만 해도 민간 건설사들이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미리 막는 법이지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일종의 세금 폭탄이라고 볼 수 있고요.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이 일반 수요자들에게 와 닿지 않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정책 공조 미흡으로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요 요인입니다.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6개월∼1년가량 걸립니다. 실수요자가 정부 정책을 보고 내 집 마련 결심을 하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국회가 관련 규제가 담긴 법을 처리하지 않고 엇박자를 낼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지요. 국회가 조속히 관련법을 처리해야 할 이유입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해소의 정점은 국회입니다. 내수경기 활성화를 통한 한국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국회가 케케묵은 규제 관련 법안들을 과감하게 철폐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국회가 아니라 발목에 묶인 끈을 푸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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