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日약탈 문화재, 實態부터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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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지난 7월 29일 주요 일간 신문들은 일본이 1965년 문화재 반환 때 중요한 문화재는 반환하지 않고 숨겼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시민단체 ‘한일회담 문서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10월 도쿄지방법원은 궁내청 쇼료(書陵)부 소장 서적목록, 도쿄(東京)박물관 소장 한국관계 문화재 일람표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서를 공개할 경우 국익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항소했고, 이에 따라 도쿄고등법원은 지난 25일 이 주장을 받아들여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오노 게이치 외무성 동북아과장이 일본 정부를 대리해 도쿄고법에 제출한 진술서에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한 문서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에 제시하지 않았던 문화재 목록이 포함돼 있고, 이를 공개할 경우 한국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우리 국민의 감정이 다시 격앙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명심할 것은 일본의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한 목록을 마치 불법반출 대상 목록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문화재 목록 공개 땐 한국이 반환을 요구하지 않을지 우려한다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지상정이다. 우리는 불법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일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모두 약탈 문화재이고 반출 대상 문화재라고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해외 소재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은 감정적인 측면이 있다. 특히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더욱 그렇다. 20년 동안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실태(實態) 파악 조사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과열된 환수 운동은 우려된다. 문화재 환수는 국가적인 일이고, 국가와 국가가 서로 상의해 해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외에 있는 문화재는 제자리를 찾아야 제 가치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문화재 환수는 국가 간의 우호적인 외교관계로 이뤄져야 한다. 일본 외무성의 오노 과장은 2011년 궁내청 쇼료부가 소장하고 있던 ‘조선왕실 의궤’와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해간 책 등 조선왕실 도서 반환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번에 오노 과장의 진술서는 어찌 보면, 한·일 관계가 보다 성숙되면 추가 반환 가능성의 단초를 제공하는 일로도 보인다. 그런데 몇 년 전 한국 절도범들에 의한 대마도 고려불상 절취 사건은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도 나쁘게 만들었다. 다시 돌려줘야 한다.

국외 소재 문화재는 국가 간의 외교적인 방법에 의해 국제법상 불법으로 반출된 것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문화재 환수는 온 국민이 바라는 바지만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개인의 운동 차원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외규장각 문서’는 아무리 우리가 돌려받고 싶어도 상대가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어쩔 수 없고 꾸준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서 접근해야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주었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한국 문화재는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조선 초기부터 오랜 세월 선린 관계를 맺어오면서 기증한 고려대장경 등과 조선통신사 파견 등으로 문화 교류가 활발했고 국가 또는 개인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수집한 것도 많다.

일본의 시민단체가 공개를 요구한 문서는 목록을 실사할 단계까지 가야 해결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 환수에 대해 좀 더 성숙하게 대응했으면 한다. 그리고 국외 우리 문화재에 대해서는 당사국과 문화재를 통한 문화 교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태조사와 연구를 선행해 한국을 알리는 문화 첨병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