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무소불위 권력’서 中 부정축재 상징으로 전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돌아보니 모두 꿈이었더라’는 의미의 ‘황량지몽’(黃粱之夢)이란 성어처럼 중국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생애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중국 당국은 지난 7월 29일 결국 저우융캉 전 위원의 조사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중국에서 상무위원은 ‘황제’에 비견된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 들어 7자리로 줄었지만 저우융캉은 직전 지도부 9명의 상무위원 중 1명이었다. 서열 9위였지만 중국의 100만 무장경찰과 사법부를 관장했다.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등 국가 주요기구를 관장하는 다른 상무위원에 비해 그 역할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권력은 달랐다. 무장세력을 장악하면서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을 역임하는 국가주석 수준의 권력을 휘둘렀다. “권력은 총칼에서 나온다”고 말한 마오쩌둥(毛澤東)이 역시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1위 같은 9위’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저우융캉의 정치적 배경은 그럴 듯한 것이 없다. 시 주석처럼 혁명원로 집안 출신이 아니다. 부친도 일찍 사망해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대학동기들이나 석유회사 동료들은 그에 대해 “특별히 말재주가 좋았고, 윗사람에게 잘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결국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눈에 들면서 출세 가도를 달린다.

‘석유방’(중국 내 석유산업을 주도한 계파), ‘쓰촨(四川)파’를 거느렸던 저우융캉의 몰락을 단순히 반부패, 정의의 실천이라고만 보는 이는 드물다. 저우융캉은 최소 10억 위안(약 1660억3000만 원)의 재산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액수에서 차이가 좀 있을 뿐 중국 정치인들 가운데 축재 의혹에서 자유로운 이는 없다. 결과적으로 저우융캉이 몸으로 증명한 또 다른 진리는 “칼로 성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더 강자인 시진핑을 만난 것이 불행인지 모른다. 어쨌든 저우융캉 일생의 막장, 중국 정가 최대 스캔들의 서막이 올랐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