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수석 출신까지 官피아 합류, 이래도 法개정 미룰 건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1일 처음으로 공개한 퇴직공무원 취업심사 결과는 관(官)피아를 향한 미련을 털어내지 못한 공직사회의 저변 그 일단을 비쳐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행정부가 관피아 적폐 청산을 국가혁신 핵심 과제로 역설하고 있지만 다른 곳 아닌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출신마저 공직자윤리법 개정 전에 관피아행(行)을 서두르는 모습이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다.

정부공직자윤리위는 지난달 25일 제231회 회의에서 취업 승인을 요청받은 27건 가운데 6건을 심사 보류하고 17건은 승인, 4건은 취업 제한했다고 31일 밝히면서 심사 결과를 처음으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번 심사에서 지난해 8월 퇴직한 최순홍 전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과 지난해 2월 퇴직한 최금락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8월부터 각각 LS산전㈜, 법무법인 광장에 취업 승인되는 등 청와대·공정거래위·금융위 출신 고위공무원은 대부분 통과했다. 취업제한 4건은 상대적으로 하위직에 속한다.

이같은 상후하박(上厚下薄)에 앞서 보다 심각한 현실은 고위직 출신이 공직자윤리법의 과도기를 틈타 대기업-로펌으로 건너가게 됐다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5·19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회 전반의 끼리끼 문화와 민·관 유착’의 폐해를 지적한 데 이어 6월 23일 국회에 제출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업무 관련성 범위를 현행 ‘소속 부서’에서 ‘소속 기관’으로 바꾸고 취업제한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그러나 법안은 6월 25일 소관 안전행정위에 회부됐을 뿐,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공직자윤리위 측도 “법안이 발효했다면 청와대 수석 출신 등의 취업은 제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하는 만큼, 국회가 법안 심의를 더 미뤄 관피아로의 ‘넓은 길’을 방치해선 안된다. 취업 심사가 엄격해지고 있다지만 승인율은 올해 들어서도 85%에 이르러 실효성을 의심케 한다. 국회는 ‘공직’과 ‘윤리’를 겸전(兼全)하게 하는 법으로 공직자윤리법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