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에어컨 ‘동굴’ 한여름에 12~16℃… ‘가족 피서지’로 각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광명시 가학동의 광명가학광산동굴을 찾은 방문객들이 동굴 벽에 형상화된 각종 생물의 모습을 둘러보면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광명 = 정하종 기자 maloo@munhwa.com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동굴 피서지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폐광산과 자연 석회암 동굴 등이 더위를 식히고 동굴 생태계도 둘러볼 수 있는 가족 단위 피서지 겸 관광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동굴 가운데 일부는 내부에 영화관, 공연장, 전시회장, 수족관, 갱도체험관을 설치하는 등 문화예술 공간 겸 자연생태계 체험관으로 급속히 변신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오후 2시 경기 광명시 가학동 광명가학광산동굴.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금, 은, 동, 아연 등 금속을 캐던 이곳 동굴 입구에는 31도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 속에 200여 명의 관람객이 길게 늘어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헬멧을 쓰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고 있었다. 10여 분 후 입구에 들어서자 안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왔다. 보도블록으로 잘 다져진 통로의 왼쪽에는 작은 시냇물이 입구 쪽을 향해 졸졸 흐르고 천장에서는 물방울이 간간이 떨어지고 있었다.

동굴 안으로 5분 정도 걸어 들어서자 냉기가 더 심해지면서 첫 번째 사거리가 나타났다. 사거리의 왼쪽 통로에는 제1전시실이, 오른쪽 통로에는 제2전시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들 전시실과 주변에는 광부들이 동굴 벽에 새겨 넣은 각종 문구를 담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는 1972년 가학광산이 폐쇄되기 전까지 일대에서 일하던 광부들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는 ‘돈’ ‘노다지’ ‘조심’ ‘사고방지’ 등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간혹 일본어와 영어로 쓰인 문구도 있었다.

사거리로 돌아와서 직진 방향으로 다시 2∼3분 정도 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시 사거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새우젓창고가 나타났다. 이 창고는 가학광산동굴이 문을 닫고 난 후인 1970년대 후반 새우젓저장고로 쓰였던 자리로 대형 새우젓 통을 7∼8개 보관하고 있었다. 한창 때 이곳에는 20여t의 새우젓이 보관되기도 했었다. 새우젓저장고 안쪽으로는 동굴 영화관이 자리잡고 있었으나 내년 개관 목표로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다.

사거리에서 직진 방향으로는 와인레스토랑 건립 공사도 벌어지고 있었다.

새우젓저장고 맞은편으로는 지하 갱도로 가는 계단과 갱도 바깥 전망대로 가는 계단이 있었다. 인근에는 동굴 안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이용해 산천어, 버들치 등 1급수 어류를 키우는 대형 어항이 여러 개 전시돼 있었다. 또 350명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대규모 ‘예술의 전당’도 자리잡고 있었다.

김동수 광명시 동굴기획운영팀 주무관은 “1.3㎞ 안팎의 동굴 내부 공개 구간을 한 번 둘러보는 데 40분 정도 걸린다”며 “동굴 내부가 영상 12도로 차갑기 때문에 동굴 안내인들도 긴팔 파카를 입고 근무 중이며 2시간 이상 안에서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시간 동굴 밖에서는 어린이 수십 명이 동굴에서 흘러나온 물로 만든 인공 개울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에 한창 빠져 있었다. 인근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산그리기, 새우젓 시식회 등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광명시에 따르면 최근 가학광산동굴을 찾는 인원은 하루 5000∼1만 명으로 지난 7월에는 10만 명이 다녀갔으며 이번 달에는 25만∼3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체 방문객 중에서 광명시민이 2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서울, 경기, 인천, 제주 등에서 찾아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가학광산동굴의 내부 탐방 구간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각종 문화, 예술, 편의 시설을 보완해 일대를 세계적인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가학광산동굴 이외에 울산 울주군 삼남면 자수정동굴에서는 자수정 감상, 보트 타기, 공포 체험 등을 즐기면서 더위를 떨칠 수 있다. 또 제주 구좌읍 김녕리 만장굴과 충북 단양군 단양읍 고수리 고수동굴 등 석회석 동굴 안에서는 더위를 식히며 석주, 종유석 등 자연이 빚어낸 멋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들 동굴 내부 온도는 12∼16도를 유지하고 있어 방문객 중 상당수가 한여름에도 긴팔 셔츠나 파카를 입는다. 또 이들 동굴은 가학광산동굴과는 달리 유료로 운영되고 있다.

광명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