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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 1000개 시대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04일(月)
“부자들만 미술품 구입?… 20만∼30만원이면 소장”
아트 큐레이팅 & 컨설팅 ‘에이컴퍼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미나리하우스’ 갤러리에서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와 직원들이 장준석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작품을 간절하게 팔고 싶어 하는 예술가들과 한 번도 예술작품을 구입한 적이 없는 일반 대중을 연결해 젊은 예술가들의 날개가 꺾이지 않도록 하고 싶어요.”

지난 7월 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갤러리 ‘미나리하우스’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의 정지연(37) 대표는 “우리나라는 예술가들 대부분이 경제적, 정서적, 제도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예술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예술적 토양을 비옥하게 하려면 부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예술작품을 쉽게 살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 정 대표는 아트 큐레이팅 및 컨설팅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를 설립했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미술유통, 다양한 전시 기획을 통해 예술가들이 작품활동으로 먹고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목표였다. 설립 3년 만인 지난 2013년 12월 에이컴퍼니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기타형)인증을 받았다. 아직은 임직원 4명의 소규모 사회적기업이지만 지속적인 성장 중이다.

7월 18∼29일 열린 예술작품 시장 ‘브리즈 아트페어’는 에이컴퍼니의 경영철학이 오롯이 반영된 행사였다. 에이컴퍼니가 심사를 거쳐 선정한 예술가 50명이 500만 원 이하의 작품 250개를 출품했다. 대중이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살 수 있도록 10개월 무이자 할부서비스도 도입했다. 미술계에서 예술작품을 10개월 무이자 할부로 구매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새로운 시도는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큰맘 먹고 예술작품을 구매한 관람객이 하나둘 모여 아트페어 기간에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정 대표는 “예술작품은 부자들만 사는 거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서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며 “실제로 구매 가능한 예술작품을 눈으로 보고, 20만∼30만 원짜리 작품을 직접 사보면 이후부터는 예술작품을 소유한다는 것에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생전 처음 예술작품을 구입한 뒤 집에다 걸어놓고 그 매력에 빠지게 된 관객들, 집에 걸린 예술작품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들도 많았다. 멋진 예술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셋째 날부터는 아트페어에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몰렸다.

정 대표는 “자기 작품이 팔린다는 것은 젊은 예술가들에게 예술활동의 자신감과 원동력을 불어넣어 준다”며 “일반 대중도 예술작품을 감상의 대상만이 아니라 구매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합리적인 가격책정 이외에도 에이컴퍼니가 예술작품 매매 활성화를 위해 채택한 전략 중 하나는 작품 한 점, 한 점의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브리즈 아트페어에 출품된 작품과 에이컴퍼니가 운영하는 갤러리 미나리하우스에 전시된 예술작품에는 모두 가격표가 붙어 있다. 보통 사람들은 예술작품의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한다는 것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작품을 감상의 대상으로 배웠지, 사고파는 대상으로 삼는 법은 배우지 못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가격을 모르는 상품에 구매의욕을 느끼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정 대표는 “갤러리에서 살 마음을 갖고 묻기 전에는 가격을 알기가 쉽지 않고, 묻는 사람에 따라 혹은 시점에 따라 같은 작품인데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며 “일반인 입장에서 일단 가격을 쉽게 알 수 없다는 데서 높은 벽을 느낀다”고 했다. 가격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갑자기 싸게 팔아버리는 모습을 보게 되면 미술시장에 대한 신뢰를 갖기도 어렵다고 했다. 에이컴퍼니는 처음 미술작품을 사려고 하는 이들이 이러한 관행 때문에 발길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격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고 본다. 작품 가격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예술작품 구매에 대한 거리감을 줄인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사회적기업가가 된 정 대표는 사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공학도다. 졸업 후에는 증권회사,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다. 미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취미였다. 본격적으로 미술사업을 생각하게 된 것은 경영컨설팅 회사 미술사업팀에서 미술시장 리서치 업무를 담당한 것이 계기가 됐다. 1년간 미술시장을 조사하면서 예술가들이 예술활동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척박한 현실을 개선하고 싶다는 열망이 싹텄다. 정 대표는 “이러한 생각을 비즈니스로 풀어가는 것은 아직도 숙제”라며 “대중이 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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