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이 전시장… 도시와 예술 하나되다

  • 문화일보
  • 입력 2014-08-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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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요코하마미술관 중앙에 설치된 영국 작가 마이클 랜디의 ‘아트 빈’. 거대한 유리구조물 속에 폐기 처분된 회화 사진들이 산산조각난 채 수북이 쌓여 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행인들이 오가는 요코하마 지하철 통로에 쓰레기봉투처럼 놓여 있는 김홍석의 ‘곰 같은 구조물-629’.


한여름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지금 일본에선 현대미술의 열기가 뜨겁다. 일본 제2의 도시 요코하마(橫濱), 그리고 북단 최대 도시 삿포로(札幌)에서 각기 3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 행사인 ‘트리엔날레’가 막을 올렸다. 제5회 요코하마트리엔날레가 지난 1일 개막해 요코하마미술관 등지에서 오는 11월 3일까지 열린다. 또 올해 처음 시도된 삿포로국제예술제는 지난 7월 19일 개막해 오는 9월 28일까지 홋카이도(北海道)근대도립미술관 등지에서 열린다.

지난 1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미술관 중앙 로비에선 색다른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관람객들이 2개 층 높이의 유리구조물을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10여 명의 사람들이 구조물의 철계단에 올라가 아래로 캔버스 액자 패널 등을 힘껏 내던졌다. 누군가의 회화, 사진, 드로잉들은 바닥이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난 채 수북이 쌓여 원형을 알아볼 수 없게 망가졌다. 영국 작가 마이클 랜디가 관객과 함께 펼치는 ‘작품버리기 퍼포먼스’는, 제목부터 ‘아트 빈(Art Bin·예술품 쓰레기통)’이다.

2010년 런던서 ‘아트 빈’을 통해 데미안 허스트 등 유명 작가의 작품까지 폐기 처분했던 작가는 요코하마에서 2014년판 ‘아트 빈’을 재현했다. 누군가의 원치 않는 작품을 처리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와 망각을 초월하는 예술의 의미를 일깨우는 퍼포먼스다.

미술관 인근의 지하철 미나토미라이역 쪽 상가의 지하 4층 통로에 쌓여 있는 검정비닐쓰레기봉투에는 팻말이 붙어 있다. 제일 큰 봉투는 영락없이 검은 곰 같다. 그러나 ‘김홍석 작, 곰 같은 구조물-629’란 팻말을 통해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것이 쓰레기봉투가 아니라 브론즈 조각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들은 전시장과 일상공간의 경계를 넘어 “무엇이 작품이고 쓰레기인가?” “예술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지난 1일 개막한 올해 제5회 요코하마트리엔날레의 대표작들이다. 일본국제교류기금 등의 지원으로 11월 3일까지 요코하마미술관, 신코베이 전시실에서 열리는 올해 행사의 주제는 ‘화씨 451도의 예술’. 책을 불태우는, 독서와 장서가 금지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레이 브래드베리의 동명소설에서 따온 제목이다.

예술감독 모리무라 야스마사(森村泰昌)는 “정보화되지 않으면 없다고 여기는 네트워크 시대지만, 세상이 눈치채지 못하고 잊어버린 소중한 일들을 볼 수 있게, 망각을 기억으로 이끄는 예술과 예술가의 존재를 되새겨보는 기획”이라고 밝혔다. 3년 전 ‘동일본 대지진’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불의의 재난을 포함해 일상과 역사적 사건으로 향하는 일본 내부의 자의식이 느껴졌다.

모리무라 예술감독이 ‘망각의 변주곡’이라고 지목한 전시에는 20여 개국 61개 팀이 400여 점을 출품했다. 한국에선 김홍석 김용익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를 둘러본 영국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 마크 라폴트 편집장은 “잊고 지내기 쉬운 주변을 돌이켜 보는 기획, 지역 사회의 변화상을 담은 작품들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트리엔날레 기간 중 공식 행사 외에 옛 창고를 개조한 뱅크아트스튜디오, 철도교각 밑 고가네초 바자 등지의 미술행사도 다채롭다. 뱅크아트스튜디오 ‘동아시아의 꿈’전에는 한국의 노리단, 최선, 임윤수 및 지난해 8월 인천아트플랫폼 백령도 전시에 출품했던 재일교포 작가 김수미의 ‘붉은 장미 프로젝트’가 선보인다.

요코하마 = 글·사진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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