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다시 세력 키우는 ‘헤지펀드’… 국가 경제까지 무너뜨리는 ‘금융 하이에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미국계 채권단의 막판 협상 기일이었던 지난 7월 30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정부 지지 집회에서 한 활동가가 “아르헨티나냐 불투레(벌처)냐”라고 써진 스페인어 신문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결국 아르헨티나와 채권단의 협상은 성과 없이 결렬됐다. AP 연합뉴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는 단기자금을 운용해 고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지렛대, 타인 자본을 이용해 자기 자본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 효과와 공매도(주식을 빌려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판 뒤 실제 하락하면 주식을 되사 시세차익을 얻는 것) 등의 투자기법을 사용한다. 헤지펀드의 이런 특징은 가격 변동성을 심화시키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으며, 높은 자본의 이동성은 금융위기를 확산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 규모는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2조5500억 달러(약 2663조 원) 수준이었지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는 1조8300억 달러로 28.2%나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의 자산 규모는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에는 2조6320억 달러를 기록해 금융위기 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지난해 시장 규모는 2012년 말(2조3380억 달러) 대비 12.6% 증가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헤지펀드의 자산규모가 최근 들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며 “헤지펀드의 특징은 단기자금을 운영해 고수익을 노린다는 것이며 부동산, 금융자산 등 투자 대상의 제한이 없고 소수의 투자자한테 돈을 모집한 만큼 규제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투자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컨대, 헤지펀드는 특정 국가의 통화 가치나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되면 그 나라의 통화나 주식을 공매도하고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 해당 통화나 주식을 매입해 높은 가격에 팔아 시세차익을 노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다 보니 해당 통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거나 증시가 흔들리며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특징을 지닌 글로벌 헤지펀드의 86%는 영미권 자본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헤지펀드 운용자산 규모가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1조833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영국이 3010억 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호주·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헤지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국가별 헤지펀드 수(2012년 IOSCO 조사)는 역시 미국에 운용 기반을 둔 펀드가 82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국 87개, 룩셈부르크 31개, 홍콩 20개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북·남미 지역이 858개로 82.2%에 달했고, 유럽 140개(13.4%), 아시아 46개(4.4%) 등의 순이었다. 설립지 기준으로는 세제 및 규제 등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케이맨제도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1개(45.11%)에 달했다. 이어 미국 348개, 룩셈부르크 59개, 영국령 버진제도 36개, 아일랜드 22개, 버뮤다 21개, 호주 10개, 바하마 3개 등이었다.

최근 새로 신설된 헤지펀드들을 투자전략에 따라 분류해보면 여전히 ‘주식 롱숏(Equity Long-short)’ 전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중 설립된 헤지펀드의 53%는 롱숏 전략을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숏 전략은 시장 대비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수(long)하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매도(short)하는 것이다. 이어 거시경제 및 정치적 환경 변화 등 매크로(Macro) 변수를 사용한 전략이 전체의 16%를 차지했고, 인수·합병(M&A) 등 특정 이벤트와 관련한 변수를 사용하는 전략(Event-Driven)이 9%로 뒤를 이었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글로벌 헤지펀드 투자자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반면 기관투자자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라며 “글로벌 헤지펀드에 계속해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2011년 12월 운용사 9개, 펀드 12개, 총 설정액 1490억 원으로 출범해 지난 3월 말 기준 운용사 12개, 펀드 26개, 총 설정액 2조7000억 원 규모로 2년여 만에 급성장했다. 신규자금 유입에 가속도가 붙고 있어 올해 말에는 4조 원, 내년 말에는 6조 원으로 성장하고, 오는 2020년에는 설정액이 10조 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헤지펀드 또한 대부분 ‘롱숏 전략’을 활용한 국내 주식 운용에 치중하고 있으며, 채권시장 투자만 전담하는 헤지펀드는 소수이다. 아직 국내 M&A 시장에 적극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없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브레인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전체 설정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2년 9월 설정된 1호 헤지펀드인 브레인자산운용의 ‘백두’는 7월 말 현재 누적 수익률 53.2%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삼성자산운용의 1호 헤지펀드인 ‘삼성H클럽 에쿼티 헤지펀드’의 누적 수익률도 25.8%를 기록하고 있다.

장병철·김충남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