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교황 방한 D ― 6… 미리 본 4박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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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지난해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브라질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요르단 3국에 이은 세 번째 해외 일정이자, 아시아 지역 첫 방문이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성자’로 불리는 현 교황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지도자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인의 관심과 이목이 한반도로 쏠리고 있다.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다양한 사회갈등을 안고 있는 한국 사회에 그는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프란치스코 교황과 방한의 의미, 일정 등에 대해 알아본다.

1. 프란치스코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57년 심각한 폐렴으로 오른쪽 폐 일부를 절제하는 투병과정에서 종교적 소명을 갖게 됐으며, 1969년 예수회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3년부터 6년간 예수회 아르헨티나 관구장을 맡았다. 이후 신학교 학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교, 대교구장을 거쳐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2013년 2월 11일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한 후 같은 해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며,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2. 전 세계적인 교황 신드롬

즉위한 지 1년 반 만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지와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로부터 각각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2014년), ‘올해의 인물’(2013년)로 선정되는 등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부터도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 동성애자와 무신론자까지 포용하는 관대함, 편견과 관습을 뛰어넘는 담대함, 그리고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 때문이다. 특히 그는 사제들에게 “거리에 나가 때를 묻혀라”며, 신자 위에 군림하는 교회가 아니라 신자들보다도 낮은 위치에서 헌신하는 가톨릭 교회로의 변화를 이끌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3. 역대 교황의 방한 역사

한국을 방문하는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프란치스코가 두 번째다. 특히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5월과 1989년 10월, 두 차례나 한국을 찾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84년 5월 2∼7일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103위 순교 성인 시성식을 주례했다. 로마 밖에서 거행한 첫 시성식이었다. 당시 교황이 서울 김포공항에 도착해 한국 땅을 밟자마자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추며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말한 일화가 유명하다.

4. 방한 일정은

교황은 14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한다. 첫 일정은 숙소인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이동해 개인 미사를 보는 것이다. 오후 3시 45분부터는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다. 이어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한국 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방한 이틀째인 15일은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오전 10시 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 약 5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16일은 오전 8시 55분 한국천주교 최대 순교지라 불리는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한 후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시복식이 끝나면 장애인요양시설인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해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000여 명 등을 만난다. 17일 교황은 충남 서산 해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오전에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대미를 장식한다. 이를 마친 후 낮 12시 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끝으로 바티칸으로 떠난다.

5. 관심의 초점, 광화문 시복식

1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에 대한 시복식은 방한 최대 행사로 꼽힌다.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20분간 진행되는 시복식에는 천주교 신자 17만 명이 공식초청 받았고, 이날 교황을 보러 오는 일반인들까지 최대 100만 명이 운집할 것이란 예상이다.

광화문 일대에는 공식 초청 받은 17만 명의 신자 등만 들어갈 수 있도록 90㎝짜리 방호벽이 설치된다. 입장할 때는 신분 확인과 함께 금속탐지기 검색을 거쳐야 한다. 저격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이 보이는 곳의 빌딩은 행사일을 전후해 창문을 닫아야 하고 옥상 이용도 금지된다. 경복궁,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덕수궁 등은 이날 휴관할 것으로 알려졌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인근 광화문역, 경복궁역, 시청역은 이용이 통제돼 무정차 운행한다. 행사에 동원되는 경찰 인력만 1만 명이 넘을 전망이고, 25개의 응급의료소가 설치된다.

6. 시복식 어떻게 진행되나

서소문순교성지를 참배한 교황이 서울시청 앞 인근에서 무개차로 갈아타고 광화문광장을 한 바퀴 도는 퍼레이드를 벌이면서 시복식은 사실상 시작된다. 앞서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교황 방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8분간 연주한다. 교황은 공동 집전자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함께 북쪽 끝에 설치된 제대 앞에서 성호를 긋고 죄를 반성하는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치면서 미사를 거행할 것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 등이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시복 청원을 하고 124위의 약전을 낭독하면 교황은 시복 선언을 한다. 이어 대영광송을 부르고 교황이 본기도를 바치고 강론을 한다. 10분가량 진행되는 이날 강론은 124위 순교자의 삶과 죽음이 갖는 의미와 오늘날 신자들이 본받을 것에 관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론을 마치면 가톨릭의 전통 기도인 사도신경을 바치며 신앙고백을 한 뒤 ‘신자들의 기도’(보편지향기도)를 올린다. 이어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고 예수의 몸을 나누는 성찬 전례 등이 펼쳐지고 염 추기경이 라틴어로 ‘신앙의 신비여’를 노래하면, 교황이 예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예식인 성체성사를 통해 하나됨을 기도한다. 영성체가 끝나면 교황과 염 추기경의 기도에 이어 교황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복을 빌어줌으로써 시복미사를 마치게 된다.

7. 124位 어떻게 선정됐나

가톨릭 교회가 공경의 대상으로 공식 선포한 사람을 복자, 복녀라 하고 거룩한 삶을 살았거나 순교한 이를 복자로 선포하는 교황의 선언을 시복(諡福)이라 한다. 이들 복자, 복녀가 다시 시성(諡聖)이 되면 성인, 성녀가 되는 것이다. 복자와 성인의 차이는 공경의 범위다. 복자에 대한 공적 경배는 교황이 허락한 특정 교구와 지역, 수도회 안에서만 이뤄지는 반면, 성인은 전 세계 교회의 공경의 대상으로 추대됨을 뜻한다.

이번 124위 시복자들은 초기 한국 천주교의 순교자들이다. 신유박해(1801) 때 희생자가 53위로 가장 많고, 신해박해(1791), 을묘박해(1795), 정사박해(1797), 을해박해(1815), 정해박해(1827),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866∼1888) 등에 걸쳐 있다. 시복식은 보통은 교황청 시성성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신해 바티칸에서 주례하지만, 이번은 교황이 직접 현지로 찾아와 주례를 하는 게 특징이다.

8. 아시아청년대회는

8월 13∼17일 대전·충남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참석은 교황 방한의 공식 목적이다.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는 전 세계 200만 명의 가톨릭 청년들이 참가하는 ‘세계청년대회’에 경제적인 이유로 참가하기 어려운 아시아 지역 국가의 젊은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교황이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주교회의(FABC)가 주최하고 천주교 대전교구가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라는 주제로 진행되며, ‘제3회 한국 청년대회’도 함께 열려 아시아 22개 국가와 국내 16개 교구에서 모두 6000여 명의 청년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9. 어디서 묵고 무엇을 먹나

교황의 숙소는 청와대 인근의 주한교황청대사관이다. 교황이 방한 기간 내내 묵을 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내던 곳으로, 교황은 현재 방 주인인 주한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의 침대와 옷장을 그대로 쓸 계획이다.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바티칸 현지에서 먹던 것과 다르지 않은 서양식 식사를 한다. 하지만 15일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여한 각국 대표 청년들 17명 등과의 오찬, 17일 아시아 주교들과의 오찬 등 최소 두 차례는 한국식을 먹을 예정이다. 불고기, 갈비, 비빔밥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정확한 식단은 알려지지 않았다. 차량도 마찬가지다. 교황이 ‘작은 한국차’를 타고 싶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산 소형차를 준비하고 있지만, 경호 등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평상시 이동 차량은 기아차 ‘쏘울’이 유력하고, 무개차(오픈카) 또한 개조된 국산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 이동은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를 이용한다. 교황은 미사를 주로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할 예정이지만,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는 짧게 한국어를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10. 누구 만나나

이번 방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교황을 가까이에서 만나기를 원하지만 기회는 한정돼 있다. 일단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와 한국 대표인 20대 여성 신자 1명이 교황과 함께 식탁에 앉는 영광을 누린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 참석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과 단원고 학생들도 따로 교황과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된다. 1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앞서서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등 국내 7대 종단 지도자들이 교황을 만난다. 이어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노동자들,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주민들,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초청된 상태여서, 이들과의 개별적인 만남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교황은 평소 공식 이동경로를 벗어나 신자들 곁으로 다가가는 등의 모습을 자주 보였다. 방한 기간 동안에도 도보로 이동하는 길에 아이들을 껴안거나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민환·오애리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