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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가 삶을 바꾼다 게재 일자 : 2014년 08월 13일(水)
주민 축제·예술 품은 버스… 문화, 모세혈관처럼 퍼진다
1부 사회통합을 이루는 문화 - ① 문화융성지역에서 쏘아 올린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수도권에 비해 문화적으로 소외된 농·산·어촌으로 직접 찾아가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이 인기다. 1호차 ‘풋풋풋풋 버스 옵스큐라’에서 예술강사들의 지도에 따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 스무명 남짓한 마을 주민이 창고 속에 모여 앉았다. 대부분 30∼40대 여성이지만 드물게 남성이나 학생도 보인다. 두런두런 이야기가 오고간다. 거창할 건 없다. 개인, 가정, 마을의 일상을 살핀다. 새롭게 한지공예 수업을 듣게 된 동기, 지난 마을 축제에서 고구마 한 상자를 상으로 받았던 추억, 새로 이사 온 옆집 가족과 인사를 나눈 일, 얼마 전 벼룩시장에서 산 옷, 올가을 ‘나와유’ 축제에 대한 기대감 등. 간혹 진중한 고민도 등장한다. 한 학생이 제도권 학교를 떠나 대안학교에 갔지만 결국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속사정을 털어놨다. 다음주는 이 학생의 아버지가 발언권을 갖는다. 경기도 남양주 ‘진접문화의집’에서 매주 목요일 진행하는 ‘창고 속 깊은 수다’의 풍경.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는 마을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 버스 안에서 공, 고무밴드, 의자 등을 하나씩 집어든 아이들이 이를 사용해 춤을 춘다. 좋아하는 게임 장면 혹은 축구 선수를 흉내 내는 아이도 있다. 팀별로 안무를 완성한 아이들이 무대에서 발표를 한다. 현대무용을 전공한 안무가가 일상의 동작이 무용이 되는 과정을 설명해주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또 다른 버스에선 어르신들이 ‘예술’을 한다. 버스 안은 그대로 도화지가 된다. 이른바 무빙아트캔버스. 평생 미술을 접해 본 적 없지만 추억과 꿈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액션페인팅’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프로그램이다. 신세계를 품은 이 ‘마법의 버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린이도 어른도 버스가 또 기다려진다.



문화생활의 기본은 일상, 즉 생활 속에 있다. 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할 때 더욱 탄탄하게 발전한다. 지역문화공간 우수사례로 꼽히는 진접문화의집 조미자 국장에 따르면 문화는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즉 문화생활이 호흡처럼 일상이 되고 소외된 곳 없이 곳곳에 확산돼야 진정한 ‘문화 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진접문화의집과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그 지점을 잘 설명해 준다. 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생활문화센터’ 사업의 롤모델이 될 만큼 앞서 있다. 문화체감 확대 정책의 지향점.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문화 복지의 확대가 아직은 시작 단계임을 보여준다.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가 2013년 7월 구성되고 8대 정책과제가 같은 해 10월 발표되면서 ‘문화융성’의 정책적 기반이 마련됐다. 주5일 근무제 정착과 ‘문화가 있는 날’ 제정 등 문화 향유 여건도 개선되고 있지만 국민 체감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이다. 2013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문화예술 관람률은 영화(4.1% 증가)를 제외하고 2011년보다 적게는 0.2%(무용), 많게는 3.5%(음악)까지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도권과 비수도권 및 재정자립도에 따른 문화격차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체부는 지난 6월 ‘생활문화센터(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사업 대상자 31개소를 선정했다. 생활 속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 유휴시설이나 기존 공간을 활용해 9∼10월에 리모델링을 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영화관 등 문화시설이 넘치는 서울은 제외. 유지열 문체부 지역전통문화과 사무관은 “기존 강좌 중심으로 운영되던 문화센터와는 개념이 다르다. 공간을 마련해주면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참여, 운영해 나가는 복합공간이다”고 설명했다. 유 사무관은 이 같은 생활문화센터에 대해 “동아리 활동뿐 아니라 수요 기반 프로그램과 마을 축제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만남, 교류, 소통을 통해 사회공헌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생활문화센터에서 파생되는 마을 축제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지역축제와도 차별화된다. 기능적이고 경제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작위적’ 행사가 아니라는 의미. 앞서 예로 든 진접문화의집에서 개최하는 ‘나와유’ 축제가 대표적이다. 조미자 국장은 “종류도 양도 상관없이 집에서 각자 부친 부침개를 갖고 나오면 된다. 부침개는 대표적인 공동체 음식인데, 들고 나와 서로 나눠 먹는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공연 등 볼거리를 추가하면서 축제로 발전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1999년 개관한 진접문화의집도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정체기 등 여러 과정을 겪었다. 조 국장은 “참여자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가장 필요했는데, ‘생활 문화’에도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기부여와 비전제시는 결국 사람이 한다. 전문인력 확보도 과제. 생활문화센터 사업의 컨설팅위원을 맡고 있는 권순석 한국문화의집협회 상임이사는 “지역별로 공간구성(하드웨어)이 시급한 곳도 있지만, 핵심은 결국 ‘사람(소프트웨어)’”이라면서 “‘생활문화디자이너’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이사는 “이 디자이너는 해당 지역을 기반으로 하며 주민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농·산·어촌 등에서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말 그대로 예술가가 버스를 타고 마을 주민을 찾아간다. 거점 구성보다는 문화체험·전파에 주안점을 둔 형태. 2012년 연 32회(631명 참가)로 시작해 지난해 120회(2157명)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세 권역(강원·경북, 경기·충청, 전라·경남)에서 160회(2400여 명 목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45인승 고속버스 3대에 6개의 프로그램(아동용 4개, 어르신용 2개)이 운영된다. 석진영 문체부 문화예술교육과 사무관은 “지난해 반응이 좋아 올해 횟수가 늘어났다”며 “일부 버스 노선화 등 향후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연속적 문화예술 경험 공유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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