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워킹푸어 400萬… 이들에 안정적 일자리 주는게 최종 목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문화일보와 파워인터뷰를 하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고용률 70%’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국정지표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수장으로서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은 물론, 세세한 정책까지 꿰뚫고 있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기권 장관처럼 도식적인 국정지표를 철학적으로 해석해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고용은 행복의 핵심 요소이자 사랑이나 생명과 같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해야 하는 사회적 가치’라는 그의 생각이 ‘사회 구성원들이 상호배려로 행복을 공유하는 것이 고용률 70%의 철학적 근거’라는 해설로 이어질 때 사실 약간의 당혹감이 밀려오기도 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삼일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난 이 장관은 ‘그렇게’ 말을 잘했다. 단순한 달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고 조리 있게 풀어낼 줄 알았고 주요 대목에서의 단어선택도 돋보였다. 그가 노사정위 운영국장으로서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거듭하던 노사를 설득하는 데 능력을 발휘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최고의 대변인으로 꼽혔다는 프로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러나 고용은, 특히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어려운 과제다. 그래서 이 장관의 답변도 수시로 노사를 포함한 고용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양보를 호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고용노동부 장관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고용’이 갖는 의미는 뭐라고 보나.

“우리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있는 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최근 절감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하게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일은 하지만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가 400만 명 정도 있다. 이분들이 빈곤층에서 벗어나는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고용은 행복의 기본 요소이자 삶의 핵심인 셈이다. 나아가 우리는 자신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내 동료, 내 이웃의 일자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고용은 우리가 고귀하게 여기는 가치인 사랑, 가족, 생명과 동등한 사회적 가치다. 따라서 이웃과 더불어 안정적인 고용을 누리는 것이 곧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을 공유하는 것이고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은 바로 이런 철학과 연결돼 있다. 고용률 70%란 국정지표는 단지 경제활동인구의 70%가 일을 하게 하는 양적 목표가 아니라 고용의 질적 향상도 포함된 목표다. 이를 위해 고생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고 미래세대에도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용이 경제의 한 지표를 넘어서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이고 그래서 이 사회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신선하게 들린다. 고용의 두 가지 측면 중 우선 양적 증가 부분을 한번 짚어 달라.

“올 상반기에는 일자리가 약 58만 개 늘었기 때문에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상 목표치에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 전망은 어두운 것이 사실이다.”

―하반기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준비 중인 대책은 없나.

“경제정책 전체가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의료, 관광, 교육, 소프트웨어, 물류 등의 서비스 산업은 물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하다. 두 번째는 근로조건이 열악해 청년들이 지원하지 않는 2차, 3차 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을 개선함으로써 일자리 미스매칭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청업체는 물론 원청업체의 노동조합도 함께 협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자리 나누기나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잘 진행되고 있나.

“첫 번째로 근로형태와 근로시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선진사회는 보통 자발적인 파트타임, 소위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30%를 넘는다.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위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통사람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다. 그런데 그 아이를 누군가는 키워야 한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보육시설에 맡기는 나라는 없다.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는 90일의 출산휴가가 있지만 출산휴가가 끝난 후에도 상당기간 아이를 돌봐야 한다. 결국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최소한 아이가 초등학교 1, 2학년 때까지 10년 정도는 돌봐야 하는데 그 기간에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전환하는 거다. 그렇게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면 나머지 시간을 외부에서 또 파트타임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채용되는 비율이 선진국은 30% 정도 된다. 사실 성장에 따른 고용탄성치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너무 낮다. 미국에서는 경제가 1% 성장하면 고용률이 0.7% 정도 늘어나는데 2000년 우리나라는 0.23%까지 떨어졌다. 이런 격차가 나는 이유가 첫째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고 둘째는 근로시간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8시간 일을 하는데 한 사람이 8시간 일하는 기준으로 고용률을 계산해보면 유럽과 우리나라의 고용률 차이가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유럽은 8시간 근무 외에 시간선택제가 있고 연장이나 야간근로는 적은 반면, 우리는 시간선택제가 적고 연장이나 야간근로가 많다보니 사람을 기준으로 고용률을 따지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바람직한 제도 같은데 기존 전일근무자들의 저항 등 어려움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자발적 시간선택제가 30% 정도로 늘어나 고용률이 70%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파트타임근무에는 기존 전일근무자가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전환형과 업종별로 특정시간대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 해당 시간대에 파트타임 근로자를 채용하는 채용형이 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고객이 집중적으로 방문하는 은행이나 오전에 검진이 주로 이뤄지는 병원건강검진센터 등이 채용형 파트타임 근로자가 필요한 대표적 업종이다. 이처럼 채용형과 전환형이 함께 이뤄져야 완벽한 선택시간제인데 지금 우리는 그렇게 차근차근 추진할 형편이 못된다. 우리는 이미 일자리를 가졌다가 육아나 이런 문제로 전일제 주부가 됐다가 다시 일을 하고 싶어하는 소위 경력단절 여성이 무려 195만 명이나 된다. 이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서 채용형을 먼저 시작했는데 시간선택제가 완벽하게 정착하려면 전환형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데 고용부 공무원들에게 전환형을 신청하라고 했더니 겨우 58명이 신청했다. 아직 전환형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전환형을 했을 때 승진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 사실 부장이나 차장을 하던 사람이 5∼6년간 전환형을 선택하면 그 기간 동안 나머지 시간에 근무할 사람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해야 한다. 임금을 근무시간에 비례해 나눠준다고 하더라도 절반만 주기는 어렵고 4대 보험 등을 감안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가 30% 정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환형 파트타임제의 정착이 주5일 근무제보다도 더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비용이 많은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늘려야 한다. 4시간 일을 하지만 6시간 분량을 하게 되면 인건비 인상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다. 물론 전체를 보충할 순 없지만 그 부분은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고용이 함께 나눠야 할 사회적 가치라면 서로 조금씩 노력해야 한다. 그런 구조가 정착되면 가정의 고용구조도 부부 중 한 사람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한 사람은 집에서 쉬는 1.0구조나 두 사람 모두가 풀타임으로 일하는 2.0구조가 아니라 한 사람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한 사람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1.5구조가 된다. 그것이 선진형 고용구조고 거기까지 가야 고용을 통한 국민행복시대가 실현된다.”

―일자리 질과 관련해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것 같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다양한 보장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전형적인 비정규직 근로자인 기간제 파견근로자와 한시적 근로자에 대해서는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법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차별을 받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해야 보장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다른 근로자가 신청을 해서 차별이라는 결론이 나면 동료 근로자들에게도 자동적으로 확대 적용이 되는 제도가 시행된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직장을 다니면서 노동위원회를 찾아가 차별을 받고 있다고 신청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근로감독관이 비정규직 사업장을 수시로 점검해 현장에서 시정을 요구하도록 할 계획이다. 덧붙여 오는 9월 중순부터는 반복적으로 비정규직을 차별했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비정규직의 또 다른 형태로 용역 또는 사내 하도급이 있다. 이들은 소속 회사로 보면 정규직이지만 원청회사에 비해 소득 등에서 격차가 많다. 숙련도나 근무경력 등에 따른 임금의 차이는 어쩔 수 없지만 작업복 지급이나 식당이용 등에서 차별을 하는 일은 곤란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하청회사의 노사와 정부가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격차를 줄여나가겠다. 간병인, 건설일용직 등 일용직들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일자리를 알선하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하고 직업소개소 등에 지급하는 일자리 찾기 비용도 정부에서 지급하도록 하겠다. 또 다른 비정규직 근무 형태로 도급계약이 있다. 이처럼 고용되지 않으면서 일하는 특수근로형태 종사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많다. 이분들은 근로자는 아니지만 산재보험 등이 절실하다. 학습지 교사의 경우 일정수준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자기가 계약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갑과 을 사이에 부당한 계약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비정규직을 포함, 열악한 근로계층의 소득을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년연장을 법으로 정했는데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나.

“사실 정년 60세를 보장한 우리나라 법은 굉장히 강력한 법안이다. 일본의 경우 정년이 65세로 적시돼 있지만 지키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의 명단을 공표할 뿐 처벌은 하지 않는다. 이는 정년을 65세로 적시했지만 65세까지 해고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해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만약 이를 어기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다. 문제는 이처럼 보호규정이 강력해진 반면, 임금이나 근무시간 등에 유연성이 없다면 기업이 직접채용을 꺼리는 풍선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년을 보장하면서 직접채용이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호봉 위주의 임금체계를 바꿔야 하고 그것이 당장 어려우면 우선 임금피크제라도 도입해야 한다.”

―사실 기업 경영환경은 좋지 않은데 각종 고용 및 임금정책이 결과적으로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실 그렇다.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에 해당한다. 휴일근로나 연장근로 등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 역시 단축한 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삭감하기 어려워 결국 기업에는 임금 인상요인이 된다. 전환형 시간선택제 등 근로형태 변화도 이미 말했듯이 비용증가 요인이 된다. 여기에 정년을 법적으로 규정하면서 호봉제 임금체계를 유지한다면 기업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지금 기업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게 두렵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체계를 바꿔 기업이 장기간 고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줘야 하고 기업 내에서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노조 측도 협조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고 기업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노무비 증가부담을 수용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기회복을 위해 내수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 증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대부분 대기업이고 이들 기업의 노동자 임금수준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이들의 임금인상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면서 결과적으로 내수는 크게 늘지 않는 등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계 소득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임금, 배당, 납품단가 인상이 있다. 그중 납품단가 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지적했듯이 지금 사내유보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들이고 대기업과 2차, 3차 협력업체의 임금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세제 혜택을 통해 이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인상해주면 원청업체는 거기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도록 하고 1차 협력업체는 납품단가 인상에 따른 이익 중 일부를 자기 근로자들에게 주고 나머지는 2차 협력업체로 내려보내고 2차 협력업체는 같은 방식으로 납품단가 인상에 따른 이익을 3차 협력업체에 내려보낸다. 그렇게 되면 2차, 3차 협력업체의 근로조건이 향상되고 이들 업체에 취직하려는 젊은이들도 늘어나면서 고용도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3가지 방법 중 납품단가 인상이 소득격차도 해소하고 고용을 늘려 내수를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바람직한 방법이긴 한데 정부가 세제지원을 통해 납품단가 인상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당장 원청업체 노조가 납품단가 인상보다는 자신들의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원청업체의 사업주가 납품단가를 올려준 부분이 1차 협력업체에서 다 소모돼 버린 것은 아닌지, 2·3차 협력업체의 근로조건 향상에 도움이 됐는지 등을 체크해줘야 한다. 또 1차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해당업체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주요한 선정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원청업체의 노동조합도 협력업체 근로조건 개선이 바로 내 자식, 내 동생 일이라고 생각하고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원청·하청업체와 노사가 주체적인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노사가 산별교섭을 하는 만큼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미국에서는 산별노조가 기업별로 대각선 교섭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임금체계 자체가 직무급, 역할급 중심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동종 산업 간의 임금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일본의 경우도 1970년대 이전에는 기업별 교섭을 하면서 종신고용과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했지만 1970년대 이후에는 노동계에서 자제운동이 벌어지면서 기업별 교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제도화됐다. 즉 업종별로 다양한 노사 대표들이 만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임금격차를 줄이거나 직무별 임금격차를 조율하는 기능이 굉장히 발달돼 있다. 반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기업별 교섭을 전제하고 있는데 조율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우리도 업종별·산업별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임금격차를 조율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재로서는 노사정위원회에서 그런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협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노조 측이 참여하지 않는 등 문제가 있는 상태다. 최근 한번 만난 것으로 아는데 어떤 논의가 있었나.

“지난 7월 29일 노사정 대표들이 만났다. 고용구조,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현재의 고용질서와 구조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사실 현장에 있는 우리 근로자나 노조 간부들도 기존의 질서를 가지고는 안 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논의를 해야 한다. 논란도 있을 거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당한 시점에 노사정 대화가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논의를 통해 큰 방향이 정해지면 정부는 법을 마련하거나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과 노동계도 정부와 같은 비중으로 각자의 역할과 양보를 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이어 최근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되면서 교육부와 교육청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 공기업 직원, 교사들은 대다수 국민이 부러워하는 직업이다. 그러나 그 부러움의 이면에는 공무원, 교사, 공기업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 노조와 교직원 노조가 만들어질 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에 노동계와 대타협이 이뤄지면서 민노총 합법화와 이를 위한 전교조 합법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노사정 논의를 거쳐 1999년에 전교조 합법화를 위한 법이 만들어졌다. 법을 만들 때 교사와 공무원은 채용과정의 특수성, 한번 채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고되지 않는 신분보장의 특수성,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다. 이런 맥락에서 공무원 노조와 교직원 노조의 자격을 현직 공무원, 현직 교사로 한다는 데 대해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고 거기에 따라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교조 측에서는 그 부분이 악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무원·교직원 노조원의 자격을 결정하기에 앞서 이미 초기업 단위 노조에는 해직자나 실직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자 국회에서 실직자도 초기업 단위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입법을 하려고 했는데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구성한다는 기본요건이 법에 명시돼 있어 입법화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열흘 일하고 닷새 쉬는 등 입직과 이직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초기업 단위 근로자의 경우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할 때 실직상태에서도 노조가입을 허용해주는 행정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지금도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아닌 경우는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특별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행정운용을 하겠다는 결론이 난 뒤에 교직원 노동조합법이 만들어졌다. 더구나 교사의 신분상 특수성, 임용절차의 특수성, 역할의 특수성 때문에 현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노사정의 합의가 이뤄졌고 그대로 입법을 했다.”

―전교조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해당 조항이 인권침해조항이라고 지적했다는데.

“사실 노동조합과 관련한 법과 제도는 각국의 역사나 현실에 따라 다르다. 조합결성이 굉장히 자유로운 나라에서는 대신 조합의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조합결성의 요건을 정해놓은 대신 조합 활동도 강력하게 보호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기업이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를 처벌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단체협약을 안 지킨다고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사측이 단체협약을 안 지킬 경우 노조가 힘이 있으면 파업을 하고 사측은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근로자를 쓴다. 우리는 사측의 이런 행위도 처벌할 수 있다. 이처럼 노조에 관한 법과 제도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특정 현안만으로 이렇다 저렇다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인터뷰=박민 사회부장 min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