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센터에서 아트앤큐가 진행한 송년 맞이 교과서 음악회에서 합창단원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트앤큐 제공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 앞에서 이탈리아 칸초네를 합창했는데 한 어르신이 갑자기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즐거운 춤판이 됐어요. 사람들이 실제로 클래식을 들으면 이토록 좋아하는구나, 대중이 클래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죠.”
1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아트앤큐’의 최홍석(37) 대표는 “클래식 사회적기업을 꾸리기 위해 지난 2013년 6월 5년간 일했던 광명시립합창단에 사표를 냈다”며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아트앤큐가 성장해 많은 사람이 클래식에 친숙해지고 음악가들에게도 비옥한 토양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가 2013년 11월 창업한 클래식 공연 기획 사회적기업 ‘아트앤큐’는 2014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트앤큐는 우리가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서 접했던 클래식 음악이나 평소 많이 들어 귀에는 익지만 어떤 음악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음악들을 중심으로 공연을 기획한다. 이 같은 취지로 지난 2013년 12월 27일 송년을 맞아 창업 후 처음으로 교과서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 참석한 부모와 학생들은 음악 수업시간에나 접했던 딱딱한 클래식이 인간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선율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음악 교육의 장이었고, 부모들에게는 오랜만에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보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아트앤큐의 공연은 규모가 크지 않다. 보통 클래식 공연은 1000석 규모가 기본이지만 아트앤큐는 큰 공연도 300석을 넘지 않는다. 최 대표는 “규모가 커지고 유명인이 출연하면 일단 티켓가격이 비싸지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친근하게 클래식을 접하기 어려워진다”며 “클래식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연의 목적이기 때문에 관객들과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규모 공연, 아주 높은 수준의 공연보다는 쉬운 공연을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트앤큐는 지난 6월 서울 관악구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제품 판매 장터에서 2차례 공연했다. 지역 행사 때 클래식 공연이 진행되는 경우는 많지만 주민들로부터 앙코르 요청을 받은 것은 아트앤큐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최 대표는 “무겁지 않게, 친근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외국어로 된 클래식 성악곡 가사를 한글로 바꿔서 부른다든지, 곡에 담긴 스토리와 배경을 재미있게 들려줘 곡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식이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칸초네 ‘푸니쿨리 푸니쿨라’는 나폴리에 있는 베수비오 화산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작곡된 노래다. 여행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한 회사가 베수비오 화산 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했는데 사람들은 활활 타는 화산이 무서워 아무도 케이블카를 타려고 하지 않았다. 고심 끝에 이 회사는 케이블카 홍보용 노래를 만들었다. ‘새빨간 불을 뿜는 저기 저 산 위로 올라가 보자. 산으로 올라가는 전차 타고 누구든지 올라가네’라는 내용의 가사를 담은 이탈리아 명곡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스토리를 노래가 시작되기 직전 이야기해 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음악에 대한 호응도가 높아진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졌던 클래식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음대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합창단에서 활동한 최 대표는 20∼30대를 모두 음악에 쏟아부었다. 기업경영은 그에게 완전히 생소한 영역이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중이 클래식을 친구로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회적기업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최 대표는 “20세 때부터 노래만 하던 사람인데 창업이나 경영과 관련된 일들은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사회적기업가 아카데미 3개월 과정을 통해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고, 현재는 사회적기업지원네트워크를 통해 멘토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자금 지원보다 경영·인사관리 등 멘토링, 인적·물적 네트워크 지원이 큰 힘이 된다”며 “혼자 하려고 하면 힘들겠지만 도움의 손길이 많아서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트앤큐는 오는 23일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서울여성플라자 내 아트홀 ‘봄’에서 300석 규모의 무료 교과서음악회를 연다. 공연 부제는 ‘클래식 뷔페로의 초대’로 3개의 무대가 마련된다. 첫 번째 무대는 피아노 4중주의 상큼한 기악곡 연주가 준비돼 ‘에피타이저’라는 별칭이 붙었다. 두 번째 무대는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가 나와 노래를 직접 소개하고 부르는 ‘풍미 좋은 오페라’가 무대다. 세 번째 무대는 성악 앙상블이 아카펠라와 한국 가곡, 동요를 선보여 ‘달달한 디저트’ 무대를 선사한다.
최 대표는 “사회적기업육성사업 대상에 선정돼 받은 사업비로 이번 음악회를 무료로 진행한다”며 “문화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기업인 만큼 향후에도 티켓가격을 비싸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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