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대-동·서양 명작 어우러짐… 미술 ‘交感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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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입력 2014-08-1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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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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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8세기 백자달항아리(오른쪽) 등 조선 백자의 전시공간에 흑자 파편을 재조합한 이수경의 ‘달의 이면’(왼쪽)이 들어섰다. 삼성미술관 리움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중력의 계단’


삼국시대 불상, 고려 불화와 자코메티 조각, 마크 로스코의 검은 추상화가 이웃하고 있다. 조선시대 정조의 행차를 갈 지(之)자 구도로 묘사한 ‘환어행렬도’는 1.5㎝ 안팎 초미니 인물상 수십만 개를 한반도 모양으로 촘촘하게 세운 서도호의 ‘우리나라’와 마주한다. 고려 청자와 조선 백자는 현대작가 바이런김의 회화, 도자기 파편을 이어붙인 이수경의 작품과 한 공간에 놓여 있다. 고미술과 현대미술, 동·서양의 현대미술이 어우러지고 또 관객과 소통한다.

동서고금을 관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객을 미술의 세계로 인도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펼쳐진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19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여는 ‘교감(Beyond and Between)’전이다.

고미술·현대미술·기획 등의 세 전시실로 이뤄진 이 미술관이 지난 2004년 개관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하는 전관 전시다. 본격적인 전시공간뿐만 아니라 입구, 중앙로비, 계단, 아트숍, 카페까지 온통 작품이다. 전시작은 미술관 소장품 중 국보급 고미술, 국내외 스타작가 작품 및 현대미술 대표작가 데이미언 허스트, 올라퍼 엘리아슨, 서도호, 문경원-전준호의 신작까지 총 230여 점이다.

기획자인 우혜수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연구실장은 “‘교감’전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미술이 공존하는 소장품의 특성을 반영하고 대중과 교감하는 장으로서 미술관의 비전을 제시하는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2007년 ‘한국미술 여백의 발견’전 등을 통해 고미술과 현대미술의 만남을 시도해온 이 미술관은 10주년을 맞아 ‘시대교감’, ‘동서교감’, ‘관객교감’을 추구한다.

‘시대교감’을 내건 고미술 전시장의 도자기들 사이에서 그 근원인 흙과 불을 주목한 김수자의 영상‘대지의 공기’를 상영중이다. 정선의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포의풍류도’ 등을 모은 고서화실, 삼국∼고려시대 불상·불화·금관이 전시된 1층 공간에선 우리의 옛 명작뿐만 아니라 20세기 현대미술 거장 로스코와 자코메티의 작품도 만난다.

특히 시선을 모으는 작품은 통로의 설치작들이다. 20m 높이의 나선형 계단 중앙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연결한 최정화의 ‘연금술’이 샹들리에처럼 광채를 발한다. 고미술 전시실에서 현대미술 전시실로 향하는 계단에는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이 거울·발광다이오드(LED) 등을 활용한 빛조각 ‘중력의 계단’이 신비로운 빛체험의 세계로 이끈다.

현대미술 상설전시장의 3개층 전시작도 대폭 바뀐다. 1층은 1960년대 서양 미니멀리즘과 1970년대 한국 단색화의 방. 윤형근, 박서보, 하종현, 정상화의 단색화와 도널드 저드, 로니 혼의 조각이 ‘근원으로의 회귀’란 주제를 담아낸다.

앤디 워홀의 ‘꽃’으로 문을 여는 지하 1층에선 개관 후 줄곧 그 자리였던 데이미언 허스트의 알약 작품 대신 박제비둘기 소재의 ‘피할 수 없는 진실’ 외에 장샤오강(張曉剛), 스키모토 히로시(杉本博司) 및 이우환과 이불의 신작이 선보인다.

‘관객교감’을 추구하는 미술관의 의지는 기획전시실의 관객 참여형 작품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구불구불한 구조의 에르네스토 네토의 작품 속에서 놀이하듯 거닐며 시각·촉각·후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작가 문경원-전준호가 리움 소장품 ‘금은장 쌍록문 장식조개’를 모티브로 제작한 신작 영상의 주인공은 배우 소지섭, 정은채. 이 밖에 중국 남부 산악지역에서 수집한 고목을 임의로 연결한 중국 작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의 ‘나무’는 다양성을 잃어버린 현대도시 풍경과 중국 현실을 은유한다.

미술관 입구의 검정 기둥은 최정화의 설치작. 박제 사슴을 투명한 구슬로 감싼 나와 고헤이의 작품, 벽장식 같은 리암 길릭의 작품은 카페에 있다. 기획전시장 진입로의 카펫과 아트숍 진열장에 놓인 도자기는 머리카락 소재인 이세경의 작품이다.

동서고금의 명작을 한데 모은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 사립미술관의 10주년 기념전답게 기획과 작품 구성이 흥미롭고 풍성하다. 다만 ‘아트스펙트럼’전 등을 통해 지원해온 ‘젊은 작가’의 참여가 부족한 점은 아쉬웠다. 미술관을 멀게 느껴온 사람들에게도 참관을 권할 만큼 볼거리가 다양한 전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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