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연극이 되어 다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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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연극이 된다.

시인 김경주가 자신의 시를 모티브로 쓴 첫 희곡작품인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사진)가 9월 11일부터 10월 5일까지 예술공간 서울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김경주의 첫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에 수록됐던 ‘외계(外界)’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와 시집 ‘기담’의 ‘주저흔’ 3편을 기초로 한 작품으로 2006년 연극실험실 혜화동일번지 소극장에서 워크숍 공연으로 올린 뒤, 꾸준히 가다듬어왔다.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강렬한 은유인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는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는 불구의 몸으로 태어난 아들이 3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엄마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자해공갈 보험 사기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어머니와 말싸움을 벌인다. 엄마는 가정에 무책임한 아들이 집을 떠나버렸던 아버지와 닮았다고 힐난하고, 아들은 이 모든 게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힘겨운 하루를 마감하며 잠을 청하려는 순간 멀리서 굶주린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엄마와 아들은 두려움에 빠진다. 가정과 사회에서 모두 천대 받던 아들이 이 세상에 울음소리 하나 남기고 가는 이야기다. 그의 울음소리는 생의 의지이자 생명의 숭고함을 상징한다.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선명한 색(조명)의 대비로 표현하고, 배우들의 강렬한 신체 퍼포먼스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눈길을 끈다.

김경주는 “이 작품을 통해 연민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늑대의 울음소리는 멸종을 거부하는 의지이면서 생을 받아들이는 연민이다. 생이라는 것 자체가 갖고 있는 서글픈 구조에 깊이 천착하려 했다”고 말했다. 극단 바람풀 대표로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박정석은 “언어 사이에 절제된 시각적·청각적 이미지들을 대입시켜 작품의 외연을 넓히고, 무대를 통해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언어적 상상력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찬국, 천정하, 김형석, 손미옥, 지건우, 이훈희, 김정아, 주선옥, 김영진 등이 출연한다. 02-3676-3676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