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유혹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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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참 어렵다’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사랑이 정말 있기는 한 거니”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서 “내 모든 걸 다 줘도 부족한 사랑 참 어렵다”는 탄식으로 끝나는 노래를 듣다 보면, 사랑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인간관계마저 물질적 조건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세상에서 과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상투적인 것 같지만, 약간은 색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진정성을 탐색한 SBS 월화미니시리즈 ‘유혹’에 시선이 가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한 여자가 경제적 파산 위기에 처한 부부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면서 시작한다. 선배와 동업을 하던 차석훈(권상우)은 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담보로 잡힌 장인의 집마저 넘어가게 된 상황에서 홍콩으로 도피한 선배의 연락을 받고 찾아가지만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남기고 자살한 선배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절망적 상황 앞에서 그의 아내 나홍주(박하선)는 삶의 끈을 놓아버릴 결심을 한다. 여기에 여자로서의 행복보다 재벌그룹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유세영(최지우)이 호텔 인수차 떠난 홍콩 출장길에 자살 직전의 나홍주를 구해 주면서 차석훈 부부의 사랑을 시험하는 거래가 시작된다.

10억 원으로 차석훈의 사흘치 시간을 사겠다는 유세영의 제안으로 시작된 위험한 거래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조차 물질적 유혹 앞에서 얼마나 쉽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차석훈에 대한 별다른 감정 없이 그저 사랑의 본질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의도와 달리 유세영은 그와 함께한 사흘 동안 감정의 동요를 느끼면서 갈등하고, 나홍주는 돈으로 남편을 사려 한 유세영이나 돈 때문에 팔려 간 남편을 원망하면서 불안해한다. 갑자기 시작된 게임 같은 거래에 여자들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차석훈은 별다른 감정 기복 없이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흘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사흘 동안 연락이 끊기면서 차석훈과 나홍주는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과 서운함 때문에 예전의 부부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서로를 힘들게 한다. 유세영 역시 홍콩에서 차석훈과 함께 보낸 사흘의 시간 때문에 일상이 흔들리는 심리 변화를 겪는다. 여기에 사랑보다 조건에 맞춰 결혼을 했던 재벌 2세 강민우(이정진)가 자신의 혼외 아들을 돌봐준 나홍주에게 마음이 끌리면서 사랑의 진정성에 대한 탐색이 시도된다. 차석훈과 나홍주는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채 끝내 이혼을 결행하고, 호텔과 외식 사업 확장 과정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던 유세영과 강민우는 차석훈과 나홍주에 대한 각자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경제적 위기조차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차석훈과 나홍주,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충족되지 않는 허전함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유세영과 강민우의 심리 기제가 어떻게 작동되고, 그로 인해 그들과 그녀들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초적 궁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 같다. 경제적 계급 차이가 분명한 인물들의 애정 관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지 못하는 이야기 전개가 이 드라마를 진부한 멜로드라마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유혹받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데, 물질적 유혹으로부터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사랑에 대한 원초적 궁금증을 이 드라마가 과연 얼마나 해소시켜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