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군기문란에 안보차원 대응… ‘軍暴과의 內戰’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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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20일 ‘병영폭력 완전제거 작전’을 선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병영 내 악습을 나열하며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접근과 강도 높은 근절책을 지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군내 폭력과의 전쟁선언이다. 이날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의 특별지시로 현재 수사 중인 가혹행위 사건들을 일괄 공개한 것도 병영 내 잔존하는 악습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도 작용했다.

◆ 국가안보 차원 대응 = 박 대통령이 국가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경고하며 수차례 병영문화 혁신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군기문란 사건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군이 ‘부대 해체’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김 총장이 이날 “병영 내 잔존하는 반인권적 행위를 근절하지 않고는 병영문화 혁신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고 병영폭력은 이적행위와도 같다”고 강한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다. 군에서 발생하는 가혹행위 사건들은 국민들의 불신과 함께 지휘부 인사이동, 훈련 일정 취소 등을 발생시켜 안보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거세다. 22사단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과정에서 관련 사안을 은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군 당국은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이에 더해 사건의 여파로 장성급 지휘부의 잇따른 인사이동은 군의 체질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병영 내 가혹행위가 관련 부대뿐만 아니라 전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한 후 이뤄지는 부대관리는 야전군의 훈련일정을 취소시키거나 대형 군사연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3일째인 이날도 잇따라 불거진 사건으로 육군 지도부는 훈련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

◆‘전우’ 없는 군대 만드는 가혹행위 = 이날 육군이 공개한 가혹행위들은 사건의 엽기성뿐만 아니라 생활관에서 전우처럼 지내야 할 장병들이 ‘전쟁포로’에게도 가하지 않을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을 경악하게 했다. 지난 5월 경기 포천시 A사단에서 B상병은 근무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후임병 2명을 대검으로 ‘쿡쿡’ 찌르고 수차례 폭행했으며 손으로 파리를 잡아 입에 넣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간부들이 병영 악습을 조성한 경우도 있었다. 경기 남양주시 C사단의 D중사는 병사들에게 수갑을 채운 후 구타하고 안전벨트로 목을 조르고 욕설을 하는 등 엽기적인 폭행을 자행했다. 군 전문가들은 병사에서부터 간부까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가혹행위는 소부대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라고 밝혔다. 김대영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2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사시 서로 의지해야 할 장병들이 전우애를 형성하지 못하고 전장에 나가면 적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며 “가혹행위는 병사들 사이의 인간적 신뢰를 말살시켜 전투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