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파 지지부진… 朴 ‘침묵’으로 장관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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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 미흡을 이유로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연기시킨 박근혜(얼굴) 대통령이 연일 각 부처 장관 등을 상대로 규제 개혁 진척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복지부동에 빠진 공직사회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규제 개혁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분간 박 대통령의 ‘공직사회 군기잡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예정됐던 이날 아무런 공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 무언의 강력한 질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날 회의 연기가 결정된 것은 지난 17일로, 다른 일정을 잡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그렇게 안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TV 생중계, ‘끝장토론’ 준비 등과 같은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이번 회의를 연기시킨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지난 3월 20일) 1차 회의 때 국민들 앞에 다짐했던 약속들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회의만 하면 뭐하겠느냐는 공직사회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고 보면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박 대통령이 잇따라 장관들을 공개 질책한 것과 이번 회의 연기가 궤를 같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정부 규제정보포털’ 개편 방안 관련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화이트보드에 판서를 해 가며 포털 개편 방안을 지시했다. 규제 현황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이 규제 개혁에 쉽게 동참할 수 있도록 하라는 게 요지였다. 19일 국무회의에서는 ‘규제 개혁 공무원 감사 면책 조항’이 감사원의 반대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서 빠진 것을 지적하며 수정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이나 규제 개혁 관련 담당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보고를 받으면서 구체적인 규제 개혁 진척 상황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 군기잡기에 나선 이유는 규제 개혁의 핵심 주체인 공무원들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소위 ‘규제본능’에 빠져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장장 7시간 동안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던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현장에서는 명시적인 규제보다도 성의를 다하지 않는 늑장행정과 수시로 바뀌는 행정지도 관행이 더욱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자세와 의지, 신념에 따라 규제 개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오히려 규제가 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왔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