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기행>‘무예 24기’ 刀를 들어 道를 닦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칼과 방패 철릭을 입은 무사들이 등나무로 만든 방패인 등패를 들고 교전을 벌이고 있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조선시대 무사들.

번뜩이는 칼과 월도에 볏짚단과 대나무가 순식간에 잘려나가고 달리는 말 위에서 쏜 동개궁의 화살은 어김없이 과녁에 꽂힌다. 비장한 표정으로 펼치는 검무는 마치 예술 공연을 보는 듯하다.

수원 화성(華城)행궁 신풍루(新豊樓) 앞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 시범이다.

‘무예24기’는 조선 정조 때 완간된 ‘무예도보통지’에 실린 스물네 가지 기예를 말하며, 구한말 구식군대가 해체될 때까지 조선의 관군들이 익혔던 군사무예다. 무예(武藝)는 창, 검, 도 등 병장기의 기예를 통칭하고, 도보(圖譜)는 그림과 해설을 통해 계통을 세워 분류한 것을 의미한다. 통지(通志)란 모든 것을 망라한 종합서를 뜻하므로 그 책 이름만 봐도 무술 기예를 그림으로 설명한 종합 훈련서임을 알 수 있다.

무예24기는 총 1026개의 다양한 동작과 도·검 10기, 창·봉 7기, 마상무예 6기, 맨손체술 1기를 갖추고 있어 운용의 변화가 무쌍하다. 실전을 염두에 두고 만든 무예이기 때문에 간결하고 호쾌한 멋도 갖추고 있다.

또한 무예도보통지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외침을 겪었던 조선이 자주국방을 이루기 위해 고유의 전래 무술기예뿐 아니라 중국, 일본 무예의 장점도 수록돼 있어 그 문화적 가치가 높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무예24기는 무예도보통지 연구로 복원됐다. 20년째 수련 중인 최형국 무예24기 시범단 수석단원은 “단순하게 그려진 도보를 보고 재현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지금도 여러 문헌을 참고하고 병장기가 사용되는 이치를 연구하면서 복원해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조대왕이 실학정신으로 만든 무예도보통지의 정신은 ‘지금’의 기술로 나라를 지키는 데 가장 알맞은 무예를 찾아나가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현재의 해석으로 무예24기를 복원해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른 무술과는 달리 무예24기는 1시간 이상 드라마틱한 공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다양한 병장기에 마상무예까지 더해지므로 관객들이 마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전쟁영화를 눈앞에서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풀어보자면 무예24기의 문화 콘텐츠로서의 장점에 대한 자랑이다.

무예24기 시범단은 수석단원 3명을 포함해 총원 21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중 상설로 공연하고 있다.

글·사진 =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