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각계 제언… “유족 위로와 국가정책 결정 혼동말아야”

여야의 세월호법 재합의안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국가원로와 전문가·지식인들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법안만이라도 분리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은 세월호특별법과 민생문제를 결코 연계해 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나라 전체와 생활고에 허덕이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은 “야당이 유족들을 생각한다면 말로만 떠들지 말고 발목이 잡혀 있는 단원고 피해학생 대학 특례지원법이라도 먼저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정치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세월호특별법과 관련없는 민생법안은 여야가 반드시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치권을 질타하는 지적도 나왔다. 이 전 의장은 “여당도 처음부터 야당과 유족들에게 특별검사 추천권을 주고 부적절한 인사가 추천되면 재추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했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떳떳하게 나가서 자신의 주장을 펴면 될 일이었다”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이날 문화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정치권이 유족들에 가지는 애정과 위로는 국가적 정책결정과는 별개의 문제로 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권이 국민 다수와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미시적인 것에 치중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여론정치는 좋지만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다”며 “그 연장선상에 세월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여당이 먼저 양보를 했어야 했다”면서 “여전히 여당이 청와대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협상을 질질 끌며 힘겨루기에만 신경 써온 여야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의 재협상 합의사항까지 유족들의 반대를 이유로 추인하지 않는 야당을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 전 의장은 “야당이 다수 국민들이 무엇을 비난하고 있는지를 선거 패배 이후에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야당의 여론 청취방법이 크게 잘못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박 전 의장은 이번 사건을 ‘정당정치의 위기’로 규정한 뒤 “교섭단체 대표를 선출해 놓았지만 이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고 일부 강경 세력들의 목소리에 흔들려서는 정당의 체계가 바로 설 수 없다”고 충고했다.

방승배·정철순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