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국감’ 결국 시행도 못하고 파행

현 국정감사 개선을 기치로 의정(議政) 사상 처음으로 도입할 예정이었던 ‘분리국감’이 결국 시행조차 못해 보고 파행으로 치닫게 됐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분리 국정감사 시행을 위한 법안 처리도 ‘타이밍’을 놓쳤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 처리 ‘마지노선’인 26일 전 국회가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준비 부족으로 ‘수박 겉핥기 국감’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외교통일위원회는 오는 22일부터 예정된 재외공관에 국감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당초 외통위는 분리국감을 전제로 상반기 국감(8월 26일∼9월 4일)이 시작되는 26일에 맞춰 재외공관 국감 일정을 잡은 바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이날부터 외통위 위원들은 미국, 유럽, 아프리카·중동, 아시아 4개 반으로 나눠 출국길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분리국감 자체가 불투명해지자 해외 국감을 무기한 연기하고 항공편과 숙박 예약을 모두 취소했다.

외통위 관계자는 “법안이 25일 전에 통과돼서 26일부터 실시될 경우가 더 문제”라며 “취소된 재외공관 국감 대신 하반기로 잡아 놓은 외교부, 통일부에 대한 국감을 당겨 치러야 하는데, 1주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준비가 될 리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다른 상임위들 역시 예측 불가능한 국회 일정으로 정상적인 국감 준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위의 경우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주요 부처들을 상반기 국감 일정에 잡아 놓았지만, 아직 증인채택안 의결도 안 된 상태다. 한 보좌관은 “국감 증인은 1주일 전에 통보를 해야 하는데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된다”며 “자료 요청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답변 또한 부실한 상황인데 제대로 된 국감이 될 턱이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분리국감에 대한 혼란과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법 처리에 대한 여야의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세월호특별법도 해결이 안 되는데 분리국감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분리국감 자체를 반대하고 예년처럼 진행하자는 의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