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임금체계 손질에 동의하고 사용자는 정기상여 일부 포함시켜야”

“통상임금으로 인한 노사분쟁을 미래지향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노동계는 임금체계를 손질하는 데 동의하고, 사용자는 정기상여금 일부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주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선 유례가 없는 한국적인 갈등인 통상임금으로 인한 노사분쟁을 해소하려면 노사가 평행선만 달릴 게 아니라 서로 양보하는 교섭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법원의 판결에 비춰 정기상여금이 고정성 결여로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일수록 노사분규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노사가 서로의 입장만을 고수한다면 결국 법적인 판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가 22일 파업을 예고한 데 대해 대내외 경제여건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대차는 통상임금과 관련한 소송 결과에 따라 실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를 수도 있는데 노조가 파업까지 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사 측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처사”라며 “한국 경제 상황에서 통상임금은 대기업 정규직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있는 데다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에겐 ‘그림의 떡’인 만큼 근로자 간 위화감 조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또 “이번 파업은 대표 노조로서 품격 있는 교섭이나 투쟁 자세가 아닌 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후 통상임금 문제는 갈등구조로 풀기보다 명확하고 간소하게 임금체계를 바꿔 나가는 등 구조적으로 해결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살려 일관성 있게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려 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면서 “정부도 대법원 판결과 가급적 일치하는 방향으로 통상임금 기준을 서둘러 예규화하는 한편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임금체계 재구축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