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유가족들 반대로 진통

세월호특별법이 우여곡절 끝에 여야 간 재합의를 이뤘는데도 유가족들의 반대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 사회와 법조계 원로 및 전문가들은 “유족들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민간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는 국가의 법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조계 원로들은 유족들이 요구하는 대로 수사·기소권이 민간위원회에 넘어갈 경우 발생할 ‘위헌적 요소’를 우려했다. 정치권이 유족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비판하기도 했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21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참사는 입이 백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국가적 재난이고 국가에 죄를 물어야 함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가의 형법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는 “세월호 유족들의 주장이 자신들의 심정이나 울분을 씻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 방법이 객관적이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지금 유족들의 주장은 자신들에게도 위해가 될 수 있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모습은 통치자와 정치권이 지적할 것을 지적하지 못하고 포퓰리즘과 여론정치에만 매달리는 정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정희(정치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도 “민주사회에서는 개인의 희망을 100% 관철시킬 수 없다”면서 “유가족의 심정도 이해하지만 이제는 유가족의 입장대로 100% 일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원로들은 세월호 유족들의 위헌적 요소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전직 법무장관 A 씨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입법부에 넘기는 것은 명백히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만약 입법부의 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넘기면 ‘전례’가 돼 이 같은 요구가 계속 생겨나 법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지낸 B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위헌적 발상으로, 아주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같은 초법적인 요구를 하면 안 되고, 헌법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요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전직 검찰총장 C 씨는 “여야 율사들이 법리 검토를 해서 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는 것은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라며 “헌법을 생각하면, 위원회에 이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방승배·손기은 기자 b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