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선진국 클럽 바로 아래 4그룹… 한번에 두단계 상향 ‘유일’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형주 조직위원장이 지난 18일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인 이란 출신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국제수학연맹(IMU) 회원국들은 5단계부터 1단계까지 등급이 나뉘어 있다. IMU는 회원국들의 표결권에 차별을 두는데 5단계 국가들은 총회에서 5표의 표결권을 갖는 수학 선진국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국가와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 등으로 모두 10개국이다.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경제적인 의미의 선진국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은 IMU 70개 회원국 중 4군에 들어 있다. 한국은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학업성취도 수학 1위, 수학 분야 논문수 세계 11위에 올랐다.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한 한국의 수학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우리는 2006년까지 표결권 2개 국가였습니다. IMU 2그룹인데, 그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수학자대회에서 다른 나라들이 하는 걸 보니 한국 수학 수준이 생각보다 높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등급 상향 신청을 해보기로 했어요. 당시에 대한수학회 국제이사가 그걸 맡아 준비했는데, 그게 저였어요. 그래서 각종 데이터를 모아 보니 수학 논문이 없던 불모지였는데 이십몇 년 만에 정말 놀랍게 세계 10위권 정도로 올라와 있었어요. 4그룹 상위권에 있는 웬만한 나라보다 수준이 높더라고요. 3그룹으로 상향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4그룹 상위국인 스페인 등과 맞먹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우리도 몰랐던 거죠. 내부 논쟁도 하고 그러다 4그룹으로 상향 신청을 했어요. 내부에서 걱정도 많았어요, ‘이러다 3그룹도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2007년에 4그룹으로 상향됐어요.”

―그래서 곧바로 세계수학자대회 유치 운동에 들어간 겁니까.

“그 통지를 받고 한국 수학계가 축제 분위기였는데 그런 상황이 되고 나니까 ‘그러면 이 모멘텀으로, 물론 안 되겠지만, 세계수학자대회 유치도 해보자’고 된 거죠. 그래서 2007년 6월 29일에 한국 국가등급상향 자축연 및 세계수학자대회 유치위원회 출범식을 가졌습니다. IMU 국가등급이 한 번에 두 단계 오른 것은 한국이 유일해요. 전무후무하죠. 우리도 우리 실력을 몰랐던 겁니다. 국제 수학계에서 2등급 상향이라는 흥분 속에서 세계수학자대회 유치까지 해보자고 된 건데, ‘아마도 안 될 거다’는 분위기가 많았어요. ‘2010년 인도대회가 있는데 아시아에서 연속으로 되겠느냐’ 그런 분위기였지만 이런 유치 노력을 통해 우리 역량을 한번 올려 보자는 취지가 강했어요. 등급 상향 신청서를 작성한 것 때문에 제가 유치위원장이 됐어요. 한국은 연배나 연륜이 중요한 사회인데, 당시 40대인 제가 유치위원장을 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이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해서 한번 훈련해 보자는 거였고, 국제 수학계가 어떤 걸 중시하고 강조하는지, 분위기가 어떤지 한번 파악해 보자는 취지가 강했던 거죠. 안 그랬으면 저같이 젊은 사람이 유치위원장이 되지는 않았겠죠.”

―5단계 선진국 클럽엔 언제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한국은 지난 2012년 국제학술지에 943편의 논문을 발표해 양적으로는 세계 11위 수준의 수학강국이에요. 그러나 5그룹에 들어가려면 질적으로도 우수한 논문을 보여줘야 해요. 현재 한국 수학의 추세에 비춰 보면 2018년 브라질 리우세계수학자대회 때 5그룹에 진입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