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그들이 묻는다… 왜 아직 ‘흑백차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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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서머, 1964 / 브루스 왓슨, 이수영 옮김 / 삼천리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령을 선언했지만, 100년이 지난 1960년대 초반까지도 미국사회에서는 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계속됐다. 그 중심에는 ‘미국 속 또다른 나라’ ‘남부 중에 남부’라 불리는 미시시피주가 있었다. 다른 주의 흑인 투표율이 50%가 넘었지만 유독 미시시피만은 7%도 안 됐다. 주정부는 인두세, 교양 시험 등 악법조항을 통해 흑인들의 참정권 행사를 교묘히 막았고 주정부의 묵인 아래 백인우월 비밀단체인 KKK(Ku Klux Klan)는 흑인인권운동에 나서는 이들에 대한 폭행과 살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시기 남부지역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흑인에 대해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88%는 “냄새가 다르다”고 여겼으며, 89%가 “도덕관념이 느슨하다”고 답할 만큼 일반 백인들 사이에서도 우월주의가 만연했던 게 현실이었다.

신간 ‘프리덤 서머, 1964’는 정확히 반세기 전인 1964년의 여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이런 차별에 맞서 일군 역사적인 승리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당시의 자료와 편지,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그날들’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시작은 하버드와 예일, 스탠퍼드, 버클리 등 명문대 학생이 주축이 된 700여 명의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미시시피주로 향해 학생비폭력실천위원회(SNCC), 흑인 민권운동가 등과 함께 흑인 투표권 보장, 인종차별 철폐를 부르짖었다. 그리고 6월 말, 투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백인 청년 앤드루 굿먼과 마이클 슈워너, 흑인 활동가 제임스 체니 등 3명의 젊은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연방정부도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어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파견했고 중앙정보국(CIA)이 조사에 착수했다. 44일이 지나서야 이들은 미시시피 네쇼바 카운티의 댐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미시시피주의 사태를 관망했던 미국인들도 경악했고, 미 전역이 들끓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결국 1964년 7월 민권법에 서명함으로써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인종분리·차별을 금지하고, 소수인종 고용·노동조합 결성을 보장했다. 이듬해인 1965년에는 흑인투표권법이 통과돼 미시시피주 흑인의 투표율이 60%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세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이 인간평등을 향한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최근 미 미주리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10대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사회에 흑백의 인종 갈등이 다시금 증폭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리덤 서머, 1964’는 인종차별이 사회에 미치는 해악성을 재차 환기시킨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