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식 기자의 버디 & 보기>스폰서 없는 ‘최경주 대회’… 결국 취소?

우리 기업들은 여자만 밝히나(?) 봅니다.

롯데, 두산, E1, S오일,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교촌치킨, 하이원리조트, 한화, 메트라이프, KDB대우증권, 하이트진로, KB금융그룹, 우리투자증권, 포스코, ADT캡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개최하는 기업들입니다. 여자골프대회는 이제 새로 만들려 해도 마땅한 날짜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여자골프가 인기가 높은 데는 마케팅 효과를 꼽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업 면면을 보면 마케팅 대상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주된 ‘타깃’입니다. 이 때문에 해당 기업의 80%가 오너들의 취향(?)으로 여자대회를 선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결과 국내 여자골프대회는 올해 26개에 총상금만 155억 원에 달합니다. 14개 대회에 87억 원인 남자대회의 2배 가까이 됩니다. 미국의 경우 PGA투어는 44개 대회에 총상금이 3억 달러가 넘어 33개 대회에 5880만 달러인 LPGA투어보다 5배가 많고, 유럽 역시 남자는 51개 대회에 1억2000만 달러, 여자는 18개 대회에 753만 달러로 남자 대회가 15배 이상 많습니다. 일본 역시 여자가 인기가 있지만 남자대회는 22개에 총상금 31억5000만 엔, 여자대회는 36개 대회에 31억3000만 엔입니다. 적어도 골프에서만큼은 한국은 ‘여고남저(女高男低)’가 뚜렷한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국내 남자대회가 또다시 홀대를 받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한국남자골프의 간판스타 최경주가 주최하는 ‘KJ CHOI 인비테이셔널’이 개최 두 달을 앞둔 지금까지 후원사가 없어 무산될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아시안투어를 겸한 이 대회는 CJ그룹이 상금을 포함해 연간 20억 원씩, 2011년부터 3년 동안 후원했지만 올해부터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CJ측은 이재현 회장 구속 등의 이유로 분위기상 더 이상 대회 후원을 할 수 없다며 포기했습니다. 아시아권에서 선수 이름을 내걸고 치른 첫 번째 골프 토너먼트여서 화제를 모았던 대회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기만 합니다.

최경주는 백방으로 국내 기업에 도움을 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여자대회로 바꿀 수도 없고… 최경주는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가뜩이나 대회가 없어 풀이 죽어있는 후배들을 생각하면 요즘 밤잠까지 설친다고 합니다. 최경주는 고민끝에 대회가 무산되는 것만큼은 막기 위해 상금(5억 원)과 운영경비(1억5000만 원)까지 내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대회를 열어줄 골프장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골프장은 10월이면 성수기여서 대회 기간에 수익 4억 원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이달 말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대회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새삼 한국 남자골프의 초라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