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9시 등교’ 학생이 원한다고 다 들어주나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 정책을 시행한 이후 처음으로 등교시간을 변경, 시행한 25일 의정부시 가능동의 의정부여중 앞. 원래 오전 8시 30분 등교, 오전 8시 40분 1교시 시작이었던 이 학교 일정은 이날부터 오전 9시 등교, 오전 9시 10분 1교시 시작으로 바뀌었다.

학생들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 속에서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전 8시 30분쯤 정문과 후문을 통과해 학교에 속속 도착했다.

이날 교문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9시 등교에 대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3학년 지모(16) 양은 “수면을 충분히 취해 상쾌한 마음으로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밝고 명랑한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9시 등교제를 반대한 1학년 학생 김모(14) 양은 “막상 여유 있게 나와 보니 미리 학습준비를 할 수 있어 좋기는 하지만 아침수업이 변경돼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엇갈린 반응으로 9시 등교에 대해 교육계가 보내는 우려의 시각은 여전히 높다. 특히 이 정책이 나온 배경에 대한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의 설명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고 있다. 이 교육감은 9시 등교에 대해 여러 차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정부여중의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도 “학생들이 원한다고 해서 30분 늦게 수업을 시작하면 오히려 학생들이 더 혼란스러울까봐 걱정”이라고 9시 등교를 우려했다.

교육계 관계자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일정한 룰과 법칙이 있어야 하는데 판단력이 미흡한 학생들의 요구를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걱정했다.

이미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교권 붕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경기 지역에서 9시 등교로 인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오명근 전국부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