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해소에 도움 될 것” 37%뿐

경기 포천시에서 굴절형 고소(高所)작업차를 생산하는 A사. 이 회사의 고소작업차는 기존 제품인 직진형 고소작업차와 달리 붐대와 탑승함이 굴절 또는 회전이 가능한 구조로 돼있어 건물 내부나 교각 하부 등 기존 직진형 고소작업차가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의 접근성을 향상시킨 경쟁력 있는 제품이다. 이 회사는 굴절형 고소작업차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매출 8억 원)보다 큰폭의 매출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A사는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 시중은행들에 운영자금 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모조리 퇴짜를 맞았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하고 담보물건이 딱히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A사는 시중은행 대신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부가 기술금융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제도의 주요 수혜자가 될 중소기업들은 도입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이 될지 의문을 품고 있고, 금융권에선 기술 등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을 확대할 경우 대규모 부실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가 902개 중소 제조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도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인들은 기술금융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응답 기업의 37.6%가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나 “보통”이라는 응답도 37.3%나 됐으며 “도움이 안될 것”(25.1%)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기술금융에 기대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기업평가 시 기술평가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33.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술력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해 부족”을 꼽은 중소기업인도 23.8%를 차지해 막상 현장에서 기술금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중소기업인들이 응답대상의 절반을 넘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무리한 기술금융 확대정책이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술평가는 전문가들이 해도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기술 기반으로 지원했다가 해당 기술의 시장성이 떨어지면 곧바로 부실 대출로 전락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큰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기섭·박정경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