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변재일 등 15명 “장외투쟁 반대” 연판장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로 나선 첫날부터 노선 분열에 직면하는 등 투쟁 동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5일 7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거쳐 세월호특별법을 위한 장내외 병행투쟁을 결의하고 26일 청와대 앞, 광화문 등에서 투쟁을 벌였지만 당내에선 장외 투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27일 새정치연합 상황을 종합해 보면 김영환·변재일·황주홍 의원 등 비노(비노무현)·비주류 의원 15명이 ‘국회 밖으로 나가선 안 됩니다’라는 장외 투쟁 반대 성명서에 상당수 의원이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2차례에 걸친 협상이 실패하면서 리더십 위기에 빠진 당지도부가 장외 투쟁으로 정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지만 당내 반발에 직면해 또 다른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반대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황주홍 새정치연합 의원은 27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하면서 ‘투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했다. 약속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되고,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장외 투쟁은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식도 많다”며 재차 장외 투쟁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식은 동료 의원들과 상의해야 하지만 앞으로도 장외 투쟁이라는 국민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는 낡은 방식이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추가 움직임도 시사했다. 반대성명에 동참한 안규백 의원도 “정국 상황도 그렇고 대외적으로도 (장외 투쟁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점진적 자세를 취해야 제3자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대 성명은 그간 강경파에 눌려 당내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중도파의 의중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중진의원은 “당내에 중도파가 3분의 2는 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투쟁국면에서는 아무래도 강경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니까 반대쪽에서는 소외되는 느낌도 있었겠지만 (반대성명 때문에) 당이 분열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투쟁 첫날인 26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에는 약 80명의 의원이 참가했으며, 이날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농성에 참가한 의원도 비슷한 숫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회의장 철야농성에는 장소 등의 문제로 정무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 20여 명만 남고, 나머지 의원들은 국회의원회관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지도부 인사는 “100명 가까운 의원이 참석했고, 대부분 의원실에서 밤을 보냈다”고 전했다.

장외 투쟁 반대 성명서에 서명한 15명의 의원들은 당내에서 비노·비주류·중도파로 분류된다. 변재일·주승용 의원은 중도 노선을 내세웠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각각 민주정책연구원장, 사무총장을 지냈다. 성명서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김·안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았던 의원 상당수가 이들처럼 장외 투쟁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환·조경태·황주홍 의원은 당내에서 주류적인 여론과 별개로 ‘소신발언’을 해온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특히 조 의원은 ‘문재인 저격수’로 불릴 만큼 문 의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해왔다. 조 의원은 지난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던 문 의원을 향해 “민주당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 대선까지 4년이 남은 상황에서 대선 출마 운운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당은 안중에도 없고 이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특정 정파를 위한 언행이 정상적이냐”고 비판했다.

반대로 이번 장외 투쟁을 적극 주문했던 의원들은 대체로 친노, 486(40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에 속한다. 친노 강강파로 분류되는 이학영 의원은 의총에서 “선수가 두 번 다 KO 당했으면 국민과 함께 바깥에 나가서 싸워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장외 투쟁을 적극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