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도 운동도 허사… 수면장애 4년간 45% 급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 생활 3년차인 김태현(32) 씨는 지난 1년간 숙면을 취한 적이 거의 없다. 다음날 업무를 걱정해 불면 증세는 더욱 심해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헬스장에서 운동도 했지만 모든 게 허사였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김 씨는 음주, 운동 등 불면을 쫓기 위해 썼던 방법들이 수면장애를 불러온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50대에 남편과 사별하고 20년 전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이모(여·81) 씨는 홀로 남은 집에서 수년간 우울증에 시달리다 최근에는 불면 증세까지 찾아왔다. 병원을 찾은 이 씨는 “분가를 원한 자녀들이 자신을 그대로 둔 채 뿔뿔이 흩어진 게 너무 힘들었다”며 “최근 요양병원에 모시겠다는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아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털어놓고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거나 자고 일어나도 피곤이 지속되는 수면장애 환자들이 최근 5년간 4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과 심야 운동 등 늘어난 야간 활동, 핵가족화가 불러온 노후 불안 등 변화된 사회·문화적 양식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수는 지난 2009년 26만2006명, 2010년 28만7835명, 2011년 31만8228명, 2012년 35만8838명, 2013년 38만686명으로 4년 새 45.3%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중 80세 이상의 환자는 같은 기간 1만7857명에서 3만908명으로 73%가 늘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며 50대의 경우 4만9696명에서 63.7%가 증가해 8만1363명, 30대에서는 3만3150명에서 39.2%가 증가한 4만615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생활 수준의 발달로 수면장애를 병으로 인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병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윤지호(정신건강의학)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는 “장년 노년층에서는 핵가족화와 독거노인의 증가에 따른 노후불안으로 불안장애를 동반한 수면장애 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일희 서울수면클리닉 원장은 “잠들기 직전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야간 헬스장 등 건강을 챙기려는 현대인의 습관이 불빛에 대한 노출과 체온 상승으로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의 혼란을 초래해 숙면을 방해한다”고 조언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