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곳 없는 아이들에게 집을>흙집 사는 장흥 민정이 “파리끓어 화장실 안가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우염을 앓고 있는 강민정(가명·11) 양이 지난 13일 전남 장흥군 장평면의 무너질 듯한 흙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판잣집·여인숙·흙집 등 최저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에서 살고 있는 국내 아동 129만 명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좁고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이 아동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남 장흥군의 작은 흙집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강민정(가명·11) 양은 현재 신우염을 앓고 있다. 약 7년 전 기울어져 가는 흙집으로 이사와 살기 시작한 뒤, 신장이 세균에 감염돼 만성적인 염증이 생겼고 상태는 날로 악화돼 왔다. 1년 전에는 결국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민정이의 어머니 정모(50) 씨는 “건강한 성인도 이렇게 무너져가는 집에서 살면 병에 걸릴텐데, 아픈 우리 민정이는 오죽하겠냐”며 “부모가 병을 치료는 못해줄망정 내가 민정이 병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늘 미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민정이의 증상이 가장 심해지는 계절은 겨울이다. 단열과 난방이 안 되는 집에서 지내다 보니 신우염의 주요 증상인 고열과 오한이 극에 달하곤 한다. 정 씨는 “의사 선생님이 추위에 노출된 집이 민정이의 면역력 및 호흡기 질환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린다며 보다 나은 환경에서 민정이를 돌봐야 한다고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민정이가 사계절 내내 집안에 피어있는 곰팡이를 통해 바이러스나 균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하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어 아픈 아이를 지켜보고만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집 밖 마당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어 민정이는 화장실 가는 것을 참거나, 마당에 용변을 보기도 한다. 민정이는 “엄마가 매번 잔소리를 하지만, 화장실에 냄새가 나고 파리가 들끓어 화장실 가기가 싫다”고 말했다.

더구나 지난 2012년 민정이는 집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진탕으로 병원에 가 수술을 받았다. 그 이후 민정이는 사고후유증 때문인지 학교 성적이 급락했고, 언어구사력이 떨어지고, 종종 엉뚱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정 씨는 아픈 민정이의 건강을 생각해 주거지 개축을 고려해 봤지만, 매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 씨는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 40만 원으로 식비, 교통비 등을 해결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양보호사로 일하던 정 씨는 저혈압 및 자궁유착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일도 그만둔 상황이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김은정 아동복지연구소장은 “열악한 주거 환경은 어린이들의 신체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성장해 성인이 된 후에도 질병과 질환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며 “최저주거기준을 강화해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아동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