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문재인 단식의 ‘정치적 셈법’

28일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6일째 이어온 단식을 중단하자 곁에서 동조 단식을 해온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10일간의 단식을 끝냈다. “내가 대신할 테니까 당신의 단식을 좀 중단해서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취지에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힌 문 의원은 과연 단식으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김 씨와 문 의원이 내건 세월호특별법 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추석 전에는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새누리당과 유가족들 주장 사이의 간극이 좁지 않다. 문 의원이 단식을 시작한 뒤 새정치연합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이 과정에서 여야 원내대표 간 두 차례 합의를 사실상 거부했다. 문 의원의 동조단식은 이 시점에 이뤄졌다. 이미 한 차례 협상안이 당내에서 거부당한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재협상에 나선 19일 문 의원이 단식을 시작한 것이다. 한 명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단식을 한다는 것은 대화와 타협, 일반적인 원내 협상으로는 사태 해결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문 의원은 지난 8일 첫 번째 합의에 대해 “유족의 동의가 먼저”라며 재협상론에 불을 지폈다.

결국 같은 날 박 원내대표는 협상을, 문 의원은 투쟁을 택했던 모양새다. 문 의원의 단식 ‘덕분에’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강경투쟁의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박 원내대표의 재협상안은 당내에서뿐 아니라 유가족들에게도 거부당했고, 박 원내대표는 국회 대신 거리를 택한 문 의원 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 광장에 있던 문 의원은 27일 자신을 찾아온 박 원내대표와 만난 뒤 “대표 중심으로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격려’했다. 문 의원의 동조단식이 정국을 경색시키고 국정을 올스톱시켰지만 정작 문의원 자신은 대여 투쟁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실리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민병기 정치부기자 mingming@munhwa.com